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앨버터스의 책 '랜드 파워'
"韓, 성공적 토지개혁으로 산업화·민주화…인구 감소로 토지 재편 예상"
19세기 후반 미국 아과칼리엔테 인디언 보호구역.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이 보호구역이다. [인플루엔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는 '캘리포니아의 라스베이거스'로도 불리는 고급 휴양도시다.
이곳에 원래 터를 잡고 살던 이들은 카후일라 부족. 유럽에서 온 백인 정착민들이 이들의 땅에 발을 디딘 후 정부는 1852년 카후일라족에게 불평등 조약을 강요해 대부분의 영토를 양도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카후일라족 땅을 관통하는 통행권을 철도회사에 부여했고, 철도 주변 부지를 바둑판 모양으로 쪼갠 후 카후일라족은 척박한 보호구역들로 몰아넣었다.
땅을 빼앗긴 카후일라족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땅을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의 간극은 갈수록 커졌고, 고착화한 불평등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아메리카 원주민의 빈곤율은 백인의 2배가 넘고 대학 졸업자 비율은 백인의 절반에 그친다.
정치학자인 마이클 앨버터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이러한 불균형이 '토지 권력의 추'가 이동한 데 따른 결과라고 본다.
저서 '랜드 파워'(인플루엔셜)에서 그는 "토지는 권력"이며 이는 경제 권력인 동시에 사회 권력이고, 정치적 권력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한다. 책 속에 담긴 세계 곳곳의 사례들은 동서고금을 막록하고 '땅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준다.
미국 원주민의 사례에서 보듯 토지의 유무는 구조적인 불평등으로도 이어진다.
캐나다는 1872년 자치령토지법을 통해 유럽, 미국 출신 개척민 등이 토착민 거주지역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했는데, 여성에겐 농지 소유를 금지했다. 1930년까지 이를 통해 캐나다 정부가 남성에게 공여한 토지는 40만㏊ 이상. 저자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가 남성에게 이전된 사례 중 하나"라며 "이로써 캐나다 전역에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별 관계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토지로 인해 고착화한 불평등 구조가 토지로 해소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토지 소유가 오랫동안 제한됐던 콜롬비아에선 1980년대 후반 남성 중심의 토지 재분배 법률을 여성을 더 포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했고,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성별 격차가 줄어듦과 동시에 사회 전반의 성별 격차도 줄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 대약진운동 시기 농업 집단화 정책과 브라질의 토지 재분배 정책은 토지 재편이 엄청난 규모의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책 속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대만과 더불어 "토지를 통해 평등과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며 긍정적 영향력을 보여준 본보기"로 제시된다. 저자는 소작을 금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게 한 경자유전(耕者有田) 개혁과 이에 따른 소농들의 성장 덕에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이 봉건적 농업 사회에서 '아시아의 호랑이'로 재빠르게 탈바꿈했다고 봤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한반도에서 토지 권력은 특별한 울림이 있다"며 분단 이후 북한과 남한의 대조적인 토지 개혁 방식이 미친 영향을 언급했다.
그는 "남한이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한 배경에는 성공적인 토지 개혁이 있다"며 "남한에서 토지를 둘러싼 관계는 향후 수십 년간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농촌 인구가 노령화하면서 새로운 기회, 즉 토지에 재정착하고 남한 사회에서 토지의 역할을 재편하는 새 정책이 수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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