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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美번역가 "4·3 비극 그대로 전하는 데 심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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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모리스 서면 인터뷰…"NBCC상 수상, 번역 공로 인정받아 기뻐"

"한강 작품 번역 큰 영광…한국 문학의 다양한 세계 탐구하는 계기 되길"

"한국 문학 접하며 한국어 배워…문학은 한 문화를 이해하는 창"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한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번역된 한국 문학이 영어권에서 이처럼 큰 주목과 응원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또 하나의 낭보가 들려왔다.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영어판 We Do Not Part)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Awards) 소설 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번역가 이예원과 함께 이 책을 영어로 옮긴 미국인 번역가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Paige Aniyah Morris)를 29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제목 'We Do Not Part')이 미국의 권위 있는 도서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았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사진은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 표지. 2026.3.27 [펭귄랜덤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미국 중심적 시각 넘은 성과…뜻깊고 기쁜 소식"

한강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데는 번역가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됐든 번역을 통하지 않고서는 외국 독자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리스는 이번 수상에 대해 "한국 문학을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노력해 온 번역가들의 공로가 인정받는 일은 더욱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뜻깊고 기쁜 소식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은 퓰리처상,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권위 있는 도서상으로 꼽힌다.

도서평론가들이 매년 영어로 출판된 최우수 도서를 선정해 소설, 논픽션, 전기, 자서전, 시, 비평 등 6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은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1975년 출범한 협회상 사상 번역된 작품이 소설 부문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비영어권 번역문학에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번역서로, 도서 평론가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모리스는 "문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으로서, 저는 미국 출판계와 독자들이 때로는 미국 중심적인 시각을 넘어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번역된 한국 소설이 작년 미국에서 출간된 작품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은 매우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한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강 작품 번역 큰 영광…번역 자체가 신나는 경험"

모리스에게 어떻게 '작별하지 않는다'와 인연을 맺게 됐는지 물었다.

그는 이예원 번역가의 제안으로 함께 번역을 시작했다며 "오래전부터 한강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번역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작가는 시인, 음악가, 예술가로서의 감수성을 모두 지닌 작가"라며 "그 덕분에 작품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번역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신나고 인상적인 경험이었다"고 했다.

두 번역가는 작업을 균등하게 나누기로 하고 소설의 13개 장을 각각 6.5장씩 번역했다.

모리스는 "각자 작업을 진행한 뒤, 각 장의 초안이 완성될 때마다 서로 교환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영어로 읽었을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함께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며 "한 명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두 사람이 단어 하나, 문장 하나까지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기도 했다"고 번역 과정을 돌아봤다.

이어 "하지만 서로를 번역가로서 깊이 존중했고 번역 스타일도 잘 맞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 번역가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한강 작가의 목소리를 영어로 충실히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3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저에게는 제주 4·3 사건을 희석하거나 비극적인 진실을 완화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특히 중요했어요. 영어권 독자들 가운데 이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에 등장하는 기록과 증언의 무게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도 쌓아야 했다.

모리스는 "작품에 등장하는 자료뿐만 아니라 관련 기록과 사진, 증언 자료들도 찾아보며 역사적 맥락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고 했다"며 "더욱 신중하게 표현을 선택하려 노력했고, 해당 부분의 번역에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제목 'We Do Not Part')이 미국의 권위 있는 도서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았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을 대독하는 출판사 편집장. 2026.3.27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 유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문학은 문화를 이해하는 창…지속적 관심으로 이어져야"

모리스가 한국에, 한국 문학에 깊이 빠져들게 된 계기도 궁금했다.

그는 "미국에서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을 접한 것이 한국어를 배우게 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다"며 "한국어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영어로 접해 왔던 문학과는 또 다른, 매우 다양한 작품 세계를 만나게 됐고, 그 경험이 제게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1995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그는 브라운대에서 민족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럿거스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에 머무는 그는 성균관대 비교문화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 논문을 쓰는 중이다.

그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16년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이를 계기로 번역에 대한 꿈을 키웠고, 10년 만에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번역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모리스는 "문학이 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창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이번과 같은 수상이 출판사와 독자 모두가 한국 문학의 보다 깊고 다양한 세계를 탐구하는 계기가 되고,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경리, 한강, 장강명, 서장원 등의 작품을 영어로 옮긴 그가 다음에 선보일 번역 작품은 강지영 작가의 스릴러 소설 '심여사는 킬러'(Mrs Shim is a Killer). 이 작품은 다음 달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또 "김희진, 위수정, 조우리 등 제가 좋아하는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영어로 번역돼 소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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