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춤의 서정성과 연극적 서사의 결합…23일 해오름극장 개막
모자지간 연기한 장현수-이석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공연 '귀향' 기자간담회에 앞서 무용수 장현수(위)와 이석준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공연은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2026.4.3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대사 한 마디 없었지만, 어머니의 입술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웅얼거리고 있었다. 허공을 향해 내뱉는 독백, 아들을 위하는 마음을 담은 몸짓 하나하나가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어머니는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감정을 쏟아냈다.
3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미리 만난 국립무용단의 신작 '귀향'은 몸짓으로 풀어낸 가족의 이야기다.
시연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춤을 추며 혼잣말하는 듯한 모습에 대해 어머니 역의 장현수는 "노래 제목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지만,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흥얼거린 것"이라며 "그 노래와 함께 제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진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였을 텐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국립무용단 공연 '귀향' 연습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공연 '귀향' 기자간담회에 앞서 출연진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공연은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2026.4.3 scape@yna.co.kr
오는 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귀향'은 한국 춤의 서정성에 연극적 서사를 결합한 무용극으로,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쌓은 내면의 기억과 감정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
지난해 '사자의 서'를 통해 죽음을 통한 삶의 성찰을 보여준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 선보이는 두 번째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김성옥의 시 '귀향'을 모티브로 한다. 김 단장은 "그동안 거대 담론이나 철학적인 주제에 집중해 왔으나, 관객과 진정으로 소통하려면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주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고향과 부모,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슴 저미는 이야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저무는 꽃잎'이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어머니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2장 '귀향'은 어머니를 떠나 일상을 살아가던 아들이 그간 말하지 못한 채 쌓아온 시간과 뒤늦게 마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3장 '꿈이런가'는 과거를 회상하며 화해와 치유로 나아가는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공연 앞둔 국립무용단 '귀향'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공연 '귀향' 기자간담회에서 김종덕 예술감독 겸 국립무용단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4.3 scape@yna.co.kr
아들 역을 맡은 이석준은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 고민이 많았는데 아내가 '당신 원래 불효자잖아, 그냥 있는 그대로 해'라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 시대의 많은 분이 본인의 일을 핑계로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산다고 생각한다"며 "그 생각을 바탕으로 진심을 쏟아 작품에 임했다"고 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연기한 장윤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세상 전부였던 아들을 빼앗기는 마음, 아들을 이해하면서도 미워하는 감정 등을 표현하려고 계속해서 노력 중"이라며 "전막이 끝났을 때 관객들이 뭉클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은 23∼26일 본 공연에 앞서 9일 안무가의 해설과 장면 시연을 함께 볼 수 있는 오픈 리허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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