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이념 성향 묻는 질문에
‘대체로 극우’ 23%·‘보수적인데
일부만 극우’ 24% 응답 합쳐
‘극우’ 자료 발표… “교회 안 일부
극우 모습 신뢰 낮추는 핵심 원인”
기윤실이 최근 발표한 ‘2026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자료집. 그래픽과 함께 “국민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한국교회를 극우 성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Q. 한국교회의 전반적 이념 성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① 대체로 극우 성향을 보인다
② 보수적인데 일부만 극우 성향을 보인다
③ 보수적이지만 극우는 아니다
④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⑤ 진보적이지만 극좌는 아니다
⑥ 진보적인데 일부만 극좌 성향을 보인다
⑦ 대체로 극좌 성향을 보인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교회 이념 성향은 어디에 해당하나요. 만약 ②번을 고르셨다면 질문을 하나 더 드립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한국교회를 극우로 인식한다’는 결과로 분류된다면 이에 동의하시나요.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극우 성향으로 인식하는 응답자는 47.1%로 집계됐습니다. ①번(23.2%)과 ②번(23.9%) 응답을 합친 결과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일부 언론에선 이 수치를 인용해 “국민 절반이 한국교회=극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데 위와 같은 합산 방식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말 그대로 일부가 극우라는 뜻이지, 한국교회를 극우로 본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 종교부 기자 5명도 이 설문에 참여해 봤는데, 5명 모두 ②번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응답이 한국교회=극우라는 인식으로 묶이는 방식엔 일제히 “그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물론 기윤실과 조사 기관이 아무런 고민 없이 이런 문항을 배치한 건 아닙니다. 조사를 수행한 지앤컴리서치의 김진양 부대표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광화문 집회 등 한국교회 내 극우적 행태가 노출되는 상황에서 대중이 교회의 극단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파악하고자 이 같은 척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성석환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교회 안에 극우적인 모습이 일부라도 비친다는 사실 자체가 신뢰도를 낮추는 핵심 원인인 만큼 일부 극우라는 응답 역시 매우 유의미한 지표로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사 주체들의 문제의식엔 일견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기획 의도가 좋았더라도 성격이 다른 두 응답을 합산해 국민 절반이 한국교회를 극우로 인식한다는 결론은 통계적 비약으로 보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A팀장은 “‘극우로 인식한다’와 ‘극우 성향이 일부 있다고 생각한다’는 완전히 다른 의미”라며 “극우 성향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인식하는 응답자가 47.1%였다고 서술했다면 오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설문 보기 구성 방식을 다듬어 오해를 차단할 수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이념 성향 척도를 ‘극우’ ‘보수’ ‘약간 보수’ ‘중도’ ‘약간 진보’ ‘진보’ ‘극좌’처럼 하나의 축 위에 균등하게 배치하는 식입니다. 교회의 극우 성향 정도만을 묻는 별도의 문항을 만들어 1~7점 척도로 응답을 받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합니다.
뭉뚱그려진 척도와 과감한 서술은 자칫 통계적 착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교회를 향한 건강한 쓴소리일수록 그 근거는 더욱 섬세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