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책과 길] 로봇, 그리고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브 헤롤드 지음, 김창규 옮김
현암사, 292쪽, 2만원
게티이미지뱅크
책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바닥을 청소하는 ‘룸바’라는 이름의 단순한 청소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용자 3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은 사람을 대할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3분의 1이 룸바에게 친근한 이름을 붙였다. 그중 다수는 말을 걸고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했고, 일부는 ‘옷’을 입혀 꾸미기도 했다. 단순한 기계에도 인격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AI)이 탑재돼 인간과 대화를 하고 감정에 반응하는 ‘소셜 로봇’을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파고들면서 로봇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대상을 인격화화는 경향이 있다. 유아 시절에는 구름에서 사람의 표정을 찾아내거나 바람 소리에서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성인들은 이런 행위에서 비합리성을 걸러내지만 여전히 청소 로봇에 말을 거는 것에서 보듯이 인격화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일찍이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우리가 인간 외 대상에 인간의 특질을 부여하는 것을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믿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위협적인 바깥세상을 더 친근하고 감당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인격화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저자는 대상을 인격화하는 인간의 경향을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세상을 이해하고, 환경을 지배하고, 무엇보다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정리한다. 그러한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고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로봇이기에, 책의 제목처럼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현재 소셜 로봇은 아기를 보살피거나, 친구가 되거나, 심리 치료를 돕거나, 노인과 장애인 돌봄에 투입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저자는 “로봇에게 의지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인간은 점점 더 많이 로봇에 기댈 것”이라면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타고난 감정과 사회적인 경향에 맞춰주는 기계에 의존하면서 진짜 관계와 자립을 잃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무능력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로봇이 건네는 위로를 ‘달콤한 독약’에 비유하는 듯하다. 일본 요양소에 보급된 ‘파로’라는 로봇은 하얀 하프 물개 모양으로 쓰다듬으면 소리를 내고 눈도 맞춘다. 반려동물처럼 배변이나 먹이 걱정이 없으면서도 노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파로가 요양 시설에서 노인들의 혈압을 낮추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저자는 로봇의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의존성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로봇은 사용자의 비위를 맞추도록 설계돼 있다. 갈등도, 거절도, 오해도 없다. 저자는 인간이 ‘불편하지만 성장을 주는 인간관계’ 대신 ‘편안하지만 정체된 로봇과의 관계’에 안주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로봇은 실제로 슬픔이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단지 알고리즘에 따라 공감하는 척을 할 뿐이다. 우리가 ‘가짜 공감’에 익숙해질 때,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공감 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 저자는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로봇을 이용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상황에 익숙해지면 무의식적으로 인간에게도 똑같은 기대를 품고, 상대방을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고, 상대가 요구를 거부하면 이해를 못하면서 불만을 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결과는 자명하다. “결국 타인을 로봇처럼 대한 나머지 소중한 것은 단 하나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또 하나의 역설적인 지점을 제시한다. 로봇의 통제권이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이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너무나도 똑똑해진 로봇이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의 모든 지능과 행동은 결국 인간이 설계한 알고리즘과 학습된 데이터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저자는 “인간이 무언가를 손수 해내는 방법이나, 누군가를 돌보는 방법을 잊을지도 모른다”면서 “어쩌면 인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 본성 자체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인간 본성에 결함이 있다는 점 때문에 로봇의 통제권이 인간에 있다는 것은 ‘나쁜 소식’일 수 있다. 로봇을 통제하는 인간이 가진 인종·성별·계급적 편견이 로봇의 알고리즘에 그대로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3월에 출시했다가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한 AI 챗봇 ‘테이’다. 당시 백인 우월주의와 여성·무슬림 혐오 성향의 익명 사이트에서 테이에 비속어와 인종·성 차별 발언을 되풀이해 학습시켰고, 그 결과 테이는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저자는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면이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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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로봇 시대를 향한 장밋빛 예찬론자들과 기술 혐오론자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비평적 균형점을 유지한다. 로봇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기계적 편의성이 아닌 ‘불편한 인간성’임을 역설한다. “반복적인 일상 노동을 대부분 담당하고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는 고성능 범용 로봇이 개발되면 인간은 쓸모가 없어질까? 이 질문에 관해서도 책임은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점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 세·줄·평 ★ ★ ★
·일상화된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인간이 문제다
·다소 장황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