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문가 김동문 선교사
김동문 선교사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중동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중동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아랍인들과 함께해 온 선교사가 중동 전쟁을 바라보는 한국교회를 향해 본질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미국·이스라엘 편이냐 이란 편이냐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것이 교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중동전문가 김동문(64) 선교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를 찾아 “전쟁의 명분을 논하는 동안 1시간 뒤의 생사도 알 수 없어 공포 속에 갇혀 있는 현지 주민들이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그는 1990년부터 2018년까지 국제선교단체 인터서브 소속으로 요르단 등지에서 사역했으며,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며 전 세계 아랍 디아스포라를 찾아다니고 있다.
김 선교사는 이번 전쟁을 종교 전쟁으로 읽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십자군’이라는 말을 꺼냈다가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사며 수습하는 일이 있었고, 일부 교계에서는 이를 이슬람 선교의 문을 연 하나님의 섭리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프레임은 실제 전쟁의 맥락을 단순화한다고 전했다. 그는 “권력을 잃으면 정치적 보호막도 사라질 위기에 놓인 네타냐후도, 국내 정치적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도 출구 전략이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이 복잡한 맥락을 종교 전쟁 프레임으로 읽으려는 시도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어느 편이냐를 따지는 동안 죽어가는 아이들이 잊혀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왔다. 김 선교사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피에르 알라 신부도 기독교인이고, 이란의 초등학교에서 죽어간 아이들도 누군가의 자녀”라며 “200명 가까운 어린아이들의 죽음 앞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교회에 필요한 것은 고통당한 이 곁에 다가서는 일이라는 제언이 이어졌다. 김 선교사는 “부상자가 아군이든 적군이든 먼저 상처를 싸매는 것이 적십자사의 본래 정신인데, 십자가를 말하는 쪽이 그 정신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교회가 질문을 품어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미디어 프레임 속에서 무슬림을 향한 혐오가 별다른 검증 없이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복음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자고 짚었다. 김 선교사는 “하나님은 그가 어떤 인종이든 어떤 계층이든 그 한 사람을 바라보신다. 그것이 복음의 시작”이라며 “종교적 개종을 목표로 삼는 순간 진정한 만남은 어려워진다. ‘그 사람이 조금 더 사람답게 살아가게 됐느냐’가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지난해 12월 통계 기준 국내 체류 이란인은 2137명이다. 김 선교사는 “이란인은 이미 우리 곁에 들어와 있는 이웃들”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당부를 남겼다. “이란인과 아랍 이주민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만나고 나면 편견과 다른 현실에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 질문만큼 서로를 향한 틈새가 열리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