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아이콘’ 한국 첫 개인전
아시아 최초… 상어 공개 14년 만
죽음을 박제한 작품으로 스타덤
예술·상품 넘나드는 논란의 행보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자신의 유명한 상어 작품 앞에서 장난기 어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광고업계 거물 찰스 사치의 후원을 받아 호주에서 상어를 구해 오는 데 당시 6000파운드(1200만원)가 들었다. 상어를 가로 5m가 넘는 수조에 넣고 포름알데히드액을 채우는 등 제작에만 5만 파운드가 소요됐다. 이 상어 작품(‘살아 있는 누군가의 마음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1991년 런던 사치갤러리에 선보이기 1년 전부터 소문이 나며 25세 청년 작가의 유명세를 굳히는 사건이 됐다.
‘현대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61)가 마침내 한국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를 통해서다. 1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악동처럼 장난기 어린 포즈를 취했다. 아시아에서도 처음 열리는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 그는 시그니처인 상어 작품도 들고 왔다. 공개된 건 이번까지 총 4차례. 테이트모던 회고전 이후 14년 만이다.
허스트는 런던 골드스미스대학 재학 중이던 23세(1988년) 때 부두 창고에서 ‘프리즈’ 전시를 기획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를 포함한 참여 작가들은 ‘YBA’(Young British Artists·영국의 젊은 작가들)로 불리며 1990년대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1990년에는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을 유리관에 함께 넣은 작품 ‘천년’으로 죽음의 공포와 생명의 순환을 충격적으로 시각화했다. 그는 송아지, 돼지 등 동물의 사체를 사용한 ‘자연사’ 연작으로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나갔고 1995년 영국의 현대미술상 터너상을 받았다. 이 모든 게 30세 전에 일어났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표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왼쪽 사진)와 ‘천년’(오른쪽)도 이번 개인전에서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자유주의 마거릿 대처 정부하에서 역설적으로 상업적인 감각을 익힌 허스트는 예술가이자 전략가로서 자신의 예술을 브랜드화하는 데 탁월했다. 엽기적인 방식으로 선보이는 죽음의 미학에 미디어는 환호했다. 상업성이 결합되며 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이미지는 2007년 18세기 유골에 다이아몬드 8601개를 박아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오가는 논란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미학에 천착하는 태도는 일관성 있다. 약을 종교처럼 신봉하는 현대인의 상징으로 약병, 알약을 사용하고 살아 있는 나비를 박제해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었다.
한국 개인전에는 허스트를 유명하게 만든 이런 대표작들이 거의 모두 나왔다.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과장은 “허스트를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본을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진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실물 작품을 더 늦기 전에 대중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자화상’이라며 내놨던 데님셔츠, 잡동사니를 붙인 콜라주 회화 등 초기작까지 나와 자신의 길을 물으며 고민했던 청년 작가 허스트를 상상해 볼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의 미술가 허스트의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작가 작업실을 처음으로 재현해 ‘화가로 돌아선 허스트’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역대 최고의 자체 예산 30억원이 투입됐다. 허스트는 “나는 앤디 워홀보다 비틀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사이를 줄타기하는 그의 전시에 한국 대중이 얼마나 환호해줄까. 역대 최고인 론 뮤익 개인전 기록(53만명)을 갈아치울지 궁금하다.20일부터 6월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