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뮤직, 넷플릭스 제공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한 시간 앞둔 21일 오후 7시, 아직은 텅 비어있는 무대 위를 팬들의 환호가 먼저 채웠다. 약속이라도 한 듯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는 구호에 맞춰 손에 든 ‘아미봉’ 수백개가 광장을 환하게 밝혔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현장은 이미 달아올라 있었다.
한 시간 뒤 ‘왕의 길’을 따라 모습을 드러낸 BTS, 600년 역사를 품은 고궁의 담벼락 위로 현대의 조명이 얹혔다. 근정문에서 흥례문, 광화문을 지나 월대로 이어지는 축선 위로 일곱 명이 걸어 나오자 응원봉의 형광빛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이날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은 2022년 부산 공연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이자, 전날 발매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공연의 포문을 연 곡은 신보의 1번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 공개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객석에서는 이미 후렴이 따라 나왔다. 이어 ‘훌리건(Hooligan)’, ‘2.0’, ‘에일리언스(Aliens)’, ‘FYA’, 타이틀곡 ‘스윔(SWIM)’ 등 신곡들과 히트곡 ‘버터(Butter)’, ‘마이크 드롭(MIC DROP)’, ‘다이너마이트(Dynamite)’, ‘소우주(Mikrokosmos)’가 교차되며 공연은 빠르게 밀도를 높였다.
사진공동취재단
광화문을 그대로 끌어들인 ‘오픈형 큐브’ 구조는 도시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만들었다. 액자처럼 구성된 프레임 안에 실제 광화문이 들어오며 전통과 현대가 별도의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미디어 파사드도 인상적이었다. ‘바디 투 바디’ 무대에서는 민요 ‘아리랑’ 선율 위로 광화문 외벽에 수묵화 같은 선이 흐르며 장면을 채웠고, 국립국악원 연주자들과의 협연이 더해지며 음악적 질감이 한층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모티프로 한 연출도 이어졌다. ‘스윔’에서는 물의 흐름을 시각화해 곡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풀어냈고, ‘노멀(NORMAL)’,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 ‘FYA’ 등은 큐브 내부의 다층 LED와 연동되며 각각 하늘·땅·불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무대 위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공백기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지민은 “드디어 만났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울컥한다. 보고 싶었다”며 “광화문 광장을 이렇게 가득 채워주실 줄 몰랐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이홉은 “잊히지 않을까, 기억해주실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털어놨고, 슈가는 “지켜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계속 고민했다. 불안한 감정도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제 본격적으로 즐겨봐야겠죠!”라는 멘트와 함께 시작된 ‘버터(Butter)’와 데뷔 초 저항과 선언의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린 ‘마이크 드롭(MIC DROP)’. K팝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했던 상징적인 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울려 퍼지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 무대서 현장의 함성과 호흡이 그대로 전달됐다.
이날 RM은 발목 부상으로 의자에 앉은 채 무대를 소화했다.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강점인 팀에서 리더의 제약은 변수였지만 무대는 흔들리지 않았다. RM은 앉은 상태에서도 팀의 중심을 잡았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를 축으로 동선을 재구성하며 오히려 더 정교한 합을 만들어냈다.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풀린 긴장에 멤버들의 표정에도 해방감이 번졌다. 마지막 곡 ‘소우주(Mikrokosmos)’가 흐르자 아미봉의 빛과 광화문 외벽의 영상이 맞물리며 광장은 하나의 우주로 변했다. “저희도 매번 두렵고, 이번 무대도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킵 스위밍’ 하면 언젠가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막 다시 헤엄치기 시작한 이들은 ‘BTS 2.0’과 새로운 K팝의 다음 장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