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고부면 유일 지역아동센터
20년 전 노시점 목사 부부가 설립
76세 김인순씨 끊임없는 전도
노시점 고부교회 목사가 최근 전북 정읍 고부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고 있다.
“일단 나 믿고 교회 가보자잉. 거그 목사님이 을매나 좋은 분인지 몰러.”
김인순(76)씨는 요즘 동네 할머니들을 만나면 이렇게 권한다. 전북 정읍 고부면에서 손자 둘을 홀로 키운 김씨는 믿음이 깊지 않지만 입에서는 늘 전도 메시지가 나온다. 10여년 전 김씨가 일을 나가면 초등학생이던 손자들은 보호자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때 도움을 준 곳이 고부지역아동센터였다. 이곳에서 자란 첫째 서동엽(27)씨는 직장인이, 둘째 지훈(20)씨는 대학생이 됐다.
장성한 손자들이 고향을 떠나자 김씨는 지난 1월부터 이 센터에서 밥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 김씨에게 교회에 나가자고 전도하는 이유를 묻자 “고마워서”라고 짧게 답했다.
지역의 유일한 지역아동센터인 이곳은 20년 전 노시점(65) 고부교회 목사와 백덕자(68) 사모가 설립했다. 노 목사가 처음부터 농촌목회에 특별한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부임 첫날 부부를 붙잡았던 일이 있었다. 부부는 길가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해줬는데 한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에게 “교회에서 밥도 줘”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듣게 됐다. 이 아이의 말이 부부를 고부면에 붙든 계기였다.
전교생 30명 남짓인 고부초등학교 재학생 중 19명이 센터에 다닌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센터에 와 문제집을 풀다 밥도 먹는다. 주말과 방학에는 전주와 경주 등으로 문화 행사를 다닌다.
노 목사가 이 일에 매달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4살 때부터 양복점에서 일했던 노 목사는 중·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스무 살이 넘어서야 신문 배달과 독서실 청소를 하며 검정고시와 대입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배움의 갈증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다.
노 목사의 농촌목회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백 사모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다. 한국침례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한 백 사모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교회에서 19년 동안 교육전도사로 사역했다. 아이들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고기 칼질하는 법이나 대중교통 타는 법, 연극 관람 예절까지 가르친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청년부원들은 해마다 방학 때와 성탄절에 이곳 교회를 찾아 성경학교 교사가 돼 준다.
물론 목회가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노 목사의 청력에 문제가 생겼다. 한쪽 귀의 청력은 완전히 잃었고 다른 쪽도 보청기에 의존한다. 아이들은 노 목사의 귀 가까이에 입을 대고 “목사님” 하며 부른다. 그래도 아이들은 “항상 친절하고 따뜻하신 분”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노 목사를 찾아와 인사하고 용돈까지 전한다. 그럴 때마다 노 목사는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야.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