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준대형 SUV 필랑트 시승기
르노코리아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필랑트 전체 모습. 세단과 SUV의 형태를 결합한 크로스오버차량이다. 크로스오버차량은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는 아니지만 한국 디자이너가 참여해서인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르노코리아 제공
그동안 르노코리아를 이끈 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 콜레오스였다. ‘원톱’에만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회심의 준대형 SUV 필랑트를 내놨다. 출발은 성공적이다. 출시 한 달 만에 계약 건이 7000대를 돌파했다. 지난 16일 새벽 필랑트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서울 마포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왕복 약 150㎞를 주행했다.
세단과 SUV의 형태를 결합한 크로스오버차량이다. 프랑스 르노 테크노센터와 한국 르노 디자인센터가 협업해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한다. 크로스오버차량은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는 아니지만 한국 디자이너가 참여해서인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붕에서 전면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유려했다. 뒷면은 번개 모양처럼 지그재그로 각이 져있다. 별똥별(‘필랑트’가 프랑스어로 별똥별을 의미)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차의 높이(전고)가 낮고, 매끈한 곡선이 바람도 미끄러질 것 같았다. 헤드라이트는 실눈을 뜬 것처럼 가늘고 길게 뻗어있다. 앞부분 그릴엔 한 땀 한 땀 조각한 것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 가운데 다이아몬드를 닮은 르노의 로고 ‘로장주’가 은은하게 박혀 있다. 뒷면엔 차량 이름 ‘Filante’를 휘갈겨 썼다.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마세라티 로고와 글씨체가 비슷했다. 트렁크를 열었다. 크로스오버차량이어서 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골프백 3개를 넣을 정도는 된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2250ℓ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사진은 위쪽부터 대시보드 측면·정면과 뒷면. 뒷면은 번개 모양처럼 지그재그로 각이 져있다. 별똥별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필랑트가 프랑스어로 별똥별을 의미한다. 르노코리아 제공
운전석에 올라타려는데 바닥이 조금 높게 느껴졌다. 발받침이 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운전대(스티어링 휠)는 D컷 형태다. 파란색, 흰색, 빨간색이 교차된 실이 새겨져 있다. 르노의 본사가 있는 프랑스 국기 색깔과 같다. 내부 인테리어는 대체로 파란색 계통이다.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본격적으로 주행을 할 차례다. 시승차를 탈 때마다 보닛 끝 부분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시트를 높인다. 필랑트는 운전석 위치를 높이자 디스플레이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설정을 바꿀 거냐는 안내가 떴다. 시트 위치가 바뀌면 시선에서 HUD가 보이지 않는 불편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다.
“하이 르노, 인천국제공항으로 안내해 줘”라고 말하자 차량용 인공지능(AI) 비서인 ‘에이닷 오토’가 바로 알아듣고 디스플레이에 최적의 경로를 안내했다. 디스플레이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12.3인치 화면 3개를 연결해 배치했다. 조수석에선 레이싱게임을 할 수 있다. 전혀 조잡하지 않다. 실제 주변 도로 상황이 게임 화면에 펼쳐지고 동승자가 휴대폰을 운전대 삼아 조작하는 방식이다. 평소 재잘재잘 말이 많은 동승자는 조수석에서 1시간 내내 게임만 붙잡고 있었다. 운전석에선 조수석 쪽 화면을 볼 수 없다. 운전할 때 시선이 그곳에 쏠리면 위험할 수 있어서다.
게임에 빠져 있던 동승자가 계기판에 적힌 속도를 보고 놀랐다. 차량은 운전자도 모르는 새 시속 120㎞를 향하고 있었다. 전기로 달릴 때와 내연기관으로 달릴 때의 승차감이나 소리 차이도 거의 없었다.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적용했고, 이중접합 창문과 흡차음재를 썼다고 한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과속 단속에 걸릴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노면 진동을 감지해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주파수 감응 댐퍼 기술을 적용해서다.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무선 충전을 시작했다. 다른 차를 시승할 때는 지금 충전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화면을 켜서 확인하곤 하는데, 필랑트는 화면에 ‘충전 중’이라는 표시가 떴다. 충전 기능 온·오프 기능도 화면에서 조작할 수 있다.
필랑트는 1.5ℓ 가솔린 엔진에 듀얼 모터를 결합했다. 최고 출력은 250마력에 달한다. 1.6ℓ급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235마력)를 넘어선다. 1.64㎾h 배터리를 탑재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ℓ당 15.1㎞,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ℓ당 14.7㎞였다. 가격은 4331만~5218만원.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필랑트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생산한 모델”이라며 “르노의 미래 비전을 가장 잘 보여준 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