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가로 첫 내한
영화 및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 (c)신시컴퍼니
“인공지능(AI) 혁명이 시작되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라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는 라이브 공연의 경험은 재현할 수 없습니다.”
영화 및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65)가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첫 내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한국 공연(~7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을 보기 위해 내한한 달드리는 “전날 공연을 봤는데,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관객들의 반응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울컥했다”고 말했다.
달드리는 연극, 영화, TV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 거장 연출가이자 프로듀서다. 연극 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로 스펙트럼을 넓힌 그는 그동안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수작을 다수 발표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더 리더’, 연극 ‘디 오디언스’ ‘기묘한 이야기’, 드라마 ‘더 크라운’ 등 일일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 이들 작품으로 자신의 고국인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아카데미상, 토니상, 에미상 등을 다수 받았다. 그의 유일한 뮤지컬인 ‘빌리 엘리어트’의 경우 2009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10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가 12일 블루스퀘어에서 한국 공연을 본 뒤 관객과 만나고 있다. (c)신시컴퍼니
“제가 새롭고 다양한 것에 흥미를 느끼다 보니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은 ‘빌리 엘리어트’ 뿐이네요. 하지만 저는 뮤지컬을 좋아합니다. 언제 무대에 올라갈지 밝히기 어렵지만 지금 작곡가들과 협업하는 뮤지컬들이 있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탄광 출신 소년이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2000년 동명 영화를 2005년 무대화했다. 영화를 본 영국 가수 겸 작곡가 엘튼 존이 뮤지컬화를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달드리는 “칸 영화제에서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첫 공식 상영했다. 저예산 영화인 데다 칸 영화제 전까지 테스트 상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관객들이 좋아하는 데다 엘튼이 첫 상영 직후 뮤지컬을 만들자고 제안해 정말 놀랐었다. 노동자 계급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반대 속에 음악가가 된 엘튼은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한다”면서 “덧붙여 엘튼은 매우 좋은 작업 동반자다. 뮤지컬을 만들며 여러 차례 수정을 해야하는 등 어려운 과정 속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및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 (c)신시컴퍼니
‘빌리 엘리어트’는 1984~1985년 영국 광산 파업을 배경으로 마거릿 대처 총리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초래한 탄광촌의 황폐화와 노동자 탄압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다. 대처리즘은 서민의 삶을 파괴했지만, 발레리노가 되는 빌리의 성장을 통해 희망을 조명한다. 달드리는 “‘빌리 엘리어트’는 매우 영국적인 작품이지만 산업의 쇠퇴로 공동체가 무너지면서도 아이를 지지하는 내용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뮤지컬이 지금까지 꾸준히 공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