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안 국내 진출 공식화
디자인·성능 ‘프리미엄’ 정면승부
판매 인프라 속도… 현대·기아 긴장
중국 지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의 정면(위 사진)과 측면(가운데), 대시보드(아래) 모습. 지커는 올해 2분기 안에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BYD(비야디)와 달리 디자인과 성능 모두 유럽 고급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지커가 상륙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지커코리아 제공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한국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BYD(비야디)와 달리 디자인과 성능 모두 유럽 고급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수 시장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현대자동차·기아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1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지커는 올해 2분기 안에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다. 지난해 1월 가장 먼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BYD에 이어 중국 브랜드 중 2번 타자로 나선다. 선봉에 내세우는 모델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다. 현재 인증 절차 막바지 단계에 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802㎞ 주행이 가능하다.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10~13분 만에 배터리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7X로 한국 고객의 반응을 살핀 뒤 대형 SUV 8X, 9X와 고성능 차량 007 GT 등을 출시할 계획도 있다. 이미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한국 언론과 인플루언서를 중국 본사에 초청하는 등 홍보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 판매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커에 앞서 한국에 전기차를 내놓은 BYD는 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시장에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며 지난달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4월 고객에게 차량 인도를 시작한 지 12개월만이다. 국내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지난달에만 1664대를 팔아 단숨에 수입차 판매량 톱4에 올랐다.
그러나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는 BYD보다 지커를 더 경계하는 분위기다. BYD는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몸집을 키운 반면 지리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커는 성능을 앞세워 성장했다. 업계에선 기술력만 놓고 보면 현대차·기아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톱기어는 지커의 플래그십 모델 001을 포르쉐 타이칸과 비교하기도 했다.
이런 지커 차량을 국내 소비자가 경험하면 ‘중국 브랜드는 저품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 소비자가 가졌던 거부감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며 “마찬가지로 중국 전기차 역시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면 빠르게 밀고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중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 브랜드들은 중국차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BYD가 한국에 빠르게 전시장을 구축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BYD는 한국 진출 후 매월 2~3개의 전시장을 열어 총 32개까지 확장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BMW(67개), 메르세데스 벤츠(65개), 볼보(3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전시장에서 BYD 전기차를 직접 보고 운행하는 경험을 통해 품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커 역시 서울, 대전, 인천 등 국내 주요 도시에 전시장을 만들고 있다. 서울 대치동과 서초동 전시장은 과거 포드와 푸조 전시장이 있던 곳을 지커 매장으로 꾸몄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지커의 파상공세는 BYD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내수마저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국내 완성차업계 내부에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지커 대응팀을 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샤오펑, 체리자동차, 리오토 등도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법인을 세운 샤오펑은 한국서 판매할 첫 차로 전기 SUV G6와 전기 다목적차(MPV) X9을 확정했다. 이르면 올 3분기 출시한다. 체리차는 산하 브랜드 오모다의 전기 SUV ‘C5 EV’와 재쿠의 ‘E5’를 올해 하반기 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법인 설립을 위한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간의 내수시장 경쟁 심화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커졌다. 호주에는 지난 한 해 10개가 넘는 중국 브랜드가 진출했다고 한다”며 “BYD의 성공사례를 본 다른 중국 브랜드가 한국에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