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보은 인사’ 청와대 앞 규탄
“전문성과 신뢰 훼손… 모욕감 느껴”
황교익 임명 반대 서명 794명 동참
단체행동은 블랙리스트 이후 처음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문화예술 인사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65%를 넘기며 고공 행진 중이지만 문화예술계에서는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 문제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계가 장르 구분 없이 비판 및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2016~2017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처음이다.
문화연대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계는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는 문화예술의 전문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일방적 인사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7일 황교익 음식칼럼니스트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임명 이후 사흘간 문화연대의 ‘이재명정부 문화예술 인사 정책을 규탄하는 문화예술계 일동’ 서명에 65개 단체 및 794명의 개인이 동참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IT 사업가 출신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부터 시작된 문화예술계의 우려는 결국 상식을 벗어난 공공 문화예술기관장 인사로 이어졌다”며 “최근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에 이어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임명이 문화예술계가 나서는 직접적 도화선이 됐지만, 이번 정부 들어 이뤄진 거의 모든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의 문화예술계 인사 정책은 ‘셀럽 인사’ ‘캠프 인사’ ‘밀실 인사’가 특징”이라며 “인사는 정부의 메시지이고 정책이다. 문화예술의 공공성과 전문성 그리고 문화예술계의 신뢰를 훼손하는 정부의 파행적 인사를 더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이번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기관장으로 온 사람들은 그동안 문화가 사회적 역할을 하기 위해 싸울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사들이다. 최소한의 전문성이나 사회적 신뢰를 가진 인물이라면 그나마 이해하겠지만 그런 자격 요건도 없이 캠프 쫓아다닌 것으로 보은 인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정용철 서강대 정치대학원 교수도 “이재명정부의 인사 정책으로 예술인들이 현재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 책임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들 임명은 예술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한편 무력감과 냉소의 만연으로 창작 생태계를 망가뜨린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직 연구자와 학계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문화 분야 공공기관장의 파행적 인사를 멈춰라’ 성명에는 이날까지 한국예술경영학회, 한국뮤지컬학회 등 단체 8곳과 개인 529명이 동참했다. 또 연극·음악·무용 등 각 분야 현장 예술가와 기획자가 중심이 된 ‘현장 예술인들이 묻는다, 예술에 미래는 있는가’ 성명에는 620명이 서명했다.
문화연대는 이날 “이재명정부에서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자리가 보상이나 배분 대상으로 인식되는 상황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면서 파행 인사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문화예술계와 소통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