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n리포트]
극심한 구강·안구건조증 유발 '쇼그렌 증후군'
국내 환자 3만명↑…꾸준히 증가세
침샘 부종, 충치, 목·피부 건조, 피로감 등도 유발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문진아씨(가명·40대·여)는 6개월 전부터 심각한 건조 증세를 보였다. 눈이 자꾸 뻑뻑하거나 입이 바싹 말라 물 없인 밥 먹는 것도 버거웠고, 말할 때도 발음이 꼬여 대화조차 쉽지 않았다.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낀 문씨는 최근 병원 검진에서 '쇼그렌 증후군'이 의심된단 말을 듣게 됐다. 문씨는 "안과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던 이유가 있었다"며 "근본적 치료법이 없다고 하는데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쇼그렌 증후군 환자는 2020년 2만2580명에서 2024년 3만1488명으로 약 40%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쇼그렌 증후군은 자가면역 반응으로 침샘·눈물샘이 손상돼 심한 구강·안구 건조증을 유발하는 희귀난치질환이다. 미국 쇼그렌 증후군 재단에 따르면 미국에선 최대 400만명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미국 가수 할시 등 유명인도 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 증상은 건조함이다. 정상 구강이라면 침샘이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움직임을 돕지만 쇼그렌 증후군은 이러한 침샘 기능을 방해해 침 분비를 저하한다. 안구 건조증도 심해져 눈에 모래가 들어간 이물감이 들거나 충혈되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침샘 부종, 충치, 목·피부·여성 질 건조, 피로감, 관절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원인과 호르몬 이상, 바이러스 감염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40~50대 중년 여성 환자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그렌 증후군 환자는 외적으론 건강해 보여도 일상 활동에 큰 지장을 겪는다. 국제 학술지 '관절염·류머티즘 질환 세미나'(Seminars in Arthritis and Rheumatism)지에 실린 '쇼그렌 증후군 환자 삶에 대한 관점' 논문에 따르면 환자들은 '보이지 않는 증상'과 '예측 불가능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환자들은 대화·식사·수면 방해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 직장생활 및 대인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그렌 증후군은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 증상에 따라 대처하는 대증치료가 이뤄진다. 구강 건조증의 경우 물을 자주 마셔 건조함을 관리하고 당분 없는 껌 등을 씹어 침 분비를 자극할 수 있도록 한다. 안구 건조증은 인공눈물이나 안약을 수시로 점안하도록 하고, 증상이 심하다면 필요한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 질환 자체의 예방이 어려운 만큼 입 마름·안구 건조 등을 보이는 중년 여성의 경우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다만 최근 신약 연구 성과가 본격화된 것은 주목할 지점이다.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바티스의 쇼그렌 증후군 표적 치료제 후보물질 '이아날루맙'을 혁신 치료제로 지정했다. 최종 허가 시 이 질환 최초의 표적 치료제가 된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8월 톱라인(핵심) 데이터를 공개, 이아날루맙의 임상 3상 2건이 모두 1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상호 고려대안암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연구진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쇼그렌 증후군 환자 대상의 동종 유래 세포치료제 임상 연구를 최근 시작했다. 전 교수는 "쇼그렌 증후군 환자의 타액선 기능 회복 가능성을 평가하는 임상적 시도"라며 "새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