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최악의 항공 대란
두바이·도하 등 주요공항 마비
유럽 패키지 관광 상품도 취소
중동에서 사업하는 韓기업들
현지 직원 안전 위해 비상체제
장기전 땐 韓기업 부담 눈덩이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등 아라비아반도 주요 공항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사진은 2일(현지시간) 두바이국제공항 터미널. 로이터연합뉴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관문 역할을 해온 공항이 잇따라 폐쇄됐다. 현지 관광객과 교민·주재원이 고립되는 등 전쟁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행 비즈니스 출장과 패키지 관광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산업계도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2일 산업계와 관광업계에 따르면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등 아라비아반도의 주요 공항이 잇달아 문을 닫는 등 하늘길이 봉쇄됐다. 대한항공의 인천~두바이 노선이 전면 중단됐으며, 에미레이트항공도 왕복 노선 운항을 멈추고 3월 5일 이전에 예약한 승객에게는 무료 변경이나 환불을 지원하고 있다. 카타르항공 역시 영공 폐쇄에 따라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 60여 명, 이스라엘에 600여 명의 한국인이 체류 중이며 이스라엘에는 단기 체류자 100여 명도 발이 묶여 있다.
이날 외교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지만, 사태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중동 내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유사시 대피 계획을 점검하고 신속대응팀 파견 등 현지 교민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이란과 이스라엘 외 인근 국가에 대해서도 항공기 운항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일제히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현지 주재원 안전은 물론 물류·유가·환율까지 동시에 점검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HD현대 등 중동에 거점을 둔 기업들은 임직원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대응 기조를 수립하고 있다. 전사적 차원의 대책회의는 물론 계열사별로 현지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며 단계별 조치에 나서고 있다.
초비상이 걸린 곳은 정유사를 포함한 에너지업계다. 국내 원유 도입량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20% 이상이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자칫 이번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수급 차질과 함께 가격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은 중동 지역 인력에 대해 재택근무 전환, 비상 연락망 가동 등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재계의 공통 대응 키워드는 '인력 보호'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동 지역 주재원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주재원들은 가족과 함께 두바이·이집트·요르단 등 주변국으로 대피했고, 현지인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란과 이라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직접적인 사업은 없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합작 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정세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중동 사업장이 적지 않은 만큼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화는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 등에서 방산·금융·기계 분야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지 체류 중인 임직원은 123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총 172명에 달한다.
중동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해운·정유·항공업계도 초비상이다. 대체 항로 확보와 운임 변동, 원유 수급 안정성 등을 논의하는 회의가 잇따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인력 안전과 공급망 관리가 핵심"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환율·물류비 상승이 기업 실적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단계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허브인 중동 하늘길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럽행 비즈니스 출장과 패키지 여행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하나투어 등 메이저 여행사들은 두바이와 도하 등을 경유하는 유럽행 단체 여행 상품 계약을 속속 취소하고 있다. 문제는 취소 수수료 부담이다. 패키지 여행과 항공권은 전쟁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일부 보상이 가능하지만, 현지 숙소를 개별 예약한 여행인 경우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신혼여행이나 어학연수를 앞둔 이들 역시 고민이다. 안전을 우려해 예약을 취소하고 싶어도 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을 각오해야 한다.
[이동인 기자 / 김성훈 기자 / 신익수 여행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