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파워
마이클 앨버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2만3500원
땅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다. 누가 토지를 소유했는지, 어떻게 분배했는지는 한 사회의 권력 구조와 경제 발전의 방향을 좌우해왔다. 미국의 정치학자 마이클 앨버터스의 '랜드 파워'는 인류 역사에서 토지 소유가 권력과 불평등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는 토지 권력을 경제·사회·정치 권력의 출발점으로 본다. 토지를 가진 사람은 생산 수단을 장악하고 부를 축적한다. 동시에 사회적 위계의 정점에 서며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한다. 책은 특히 지난 20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토지 소유 구조의 변화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를 '대재편'이라 부른다. 식민지 개척, 혁명, 전쟁, 토지 개혁 등을 거치며 토지가 새로운 집단으로 넘어간 과정이다. 이 과정은 국가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대표적 사례가 아메리카 대륙이다. 유럽 정착민들은 이곳을 '임자 없는 땅'으로 규정하고 원주민을 몰아냈다. 노예 노동을 동원해 토지를 개간했고, 그 결과 토지를 가진 백인 정착민이 경제와 정치 권력을 장악했다.
토지 수탈의 역사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어났다. 호주 원주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북미의 토착민, 팔레스타인인 등은 공통적으로 토지에서 밀려난 집단이다.
책은 토지 분배 방식이 국가의 발전 경로를 바꾼 사례도 소개한다. 한국·대만·일본은 대지주의 토지를 농민에게 분배하는 경자유전 개혁을 통해 토지를 비교적 고르게 나눴다. 농민들은 소득이 늘자 자녀 교육에 투자했고,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다. 한반도의 토지 개혁도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남한과 북한은 토지 개혁을 실시했지만 방식은 달랐다. 북한에서는 전체 토지를 집단화한 반면 남한에서는 작은 구획의 토지를 경작자들에게 유상 분배했다. 이후 농업 생산성과 경제 발전의 경로가 크게 달라졌다.
저자는 토지 전쟁이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와 광물 자원 수요 급증은 전 세계적인 토지 쟁탈전을 다시 점화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주장이나 남미의 자원 영유권 분쟁 등은 토지가 여전히 유효한 권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토지 권력의 역사를 읽는 일은 과거를 되짚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와 자원 경쟁이 격화하는 시대에 앞으로의 세계 질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