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 'SP아그리'
서산에 최첨단 스마트팜
6500평 온실서 딸기 재배
국내선 어려운 '여름딸기'
AI 기반에 전용 품종 사용
온실규모 6만평까지 확대
첫 글로벌 청과기업 목표
SP아그리가 운영하는 최첨단 스마트팜 온실에서는 여름에도 딸기를 재배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를 빠져나와 10여 분을 달리면 나타나는 서산시 운산면의 넓은 뜰. 벼농사 지역 한가운데 제법 규모가 큰 비닐온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바닥면적 2만7720㎡(약 8400평)에 들어선 2만1450㎡(약 6500평) 규모 온실 안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딸기를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작년 봄에 완공된 첨단 온실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다른 딸기 재배 온실과는 사뭇 달랐다. 보통의 딸기 온실이라면 지금 잘 익은 딸기를 수확하느라 바쁘겠지만 이곳은 거의 모든 베드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다. 아직 치워지지 않은 일부 베드에만 딸기가 자랐던 흔적이 남아 있다. 딸기는 보통 겨울이 제철이고 늦은 봄이 되면서 자취를 감추는데 이곳 온실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이 농장은 일반 농장들처럼 겨울 딸기를 재배하는 곳이 아니라 여름 딸기를 재배하는 곳으로 특화된 장소였다. 딸기는 저온성 작물이어서 일반적으로 온실에서 9월에 정식 즉 모종을 심은 뒤 12월 초부터 생산을 시작해 4월 말까지 수확한다. 우리나라에서 딸기 제철이 겨울인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는 다음달 중순 정식을 한 뒤 6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해 12월까지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딸기가 나지 않는 시기에 딸기를 재배해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름에 딸기를 생산하면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생산이 안 되다 보니 우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겨울 딸기보다 최소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여름 시즌에도 딸기를 수요로 하는 곳은 넘치기 때문에 수확 물량을 소화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셈이다. 농산물은 기본적으로 장기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 물량을 곧바로 판매할 수 있는 것만큼 유리한 여건은 없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름 딸기 생산이 어려웠던 것은 재배에 필요한 기후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딸기는 저온성 작물이다 보니 낮에는 섭씨 25도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밤에는 섭씨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조건에서 잘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이런 날씨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여름 딸기 재배는 강원도 고지대에서나 소량으로 시도되고 있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곳 서산 온실에서는 모두의 상식을 뒤엎고 여름 딸기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여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여름 딸기 재배에 성공했다.
박대성 SP아그리 대표가 최첨단 서산 딸기온실에서 수확한 딸기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 주인공은 농업회사법인 SP아그리의 박대성 대표다. 박 대표는 수입 과일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글로벌 과일유통회사인 스미후루의 한국법인장을 맡은 지 20년이 넘었다. 싱가포르계인 스미후루는 돌(DOLE), 델몬트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수입 과일 유통업체로 통한다. 수입 과일을 주로 취급하던 박 대표는 국내에서 과일을 직접 생산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그가 우선적으로 주목한 과일이 바로 딸기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인 여름 딸기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그의 여름 딸기 전략은 두 가지 핵심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는 첨단 시설이고, 두 번째는 전용 품종이다. 여름철에도 기온을 낮출 수 있는 첨단 온실에서, 높은 기온에도 비교적 잘 견딜 수 있는 딸기 품종을 재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그가 첨단 시설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SP아그리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토종 글로벌 청과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가 가진 해법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아그리 팩토리(Agri-Factory)' 구축이다. 단순한 스마트팜을 넘어 인공지능(AI) 로봇 기반의 자동화된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농업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SP아그리가 최첨단 스마트팜 온실에서 특정한 딸기 품종에 대한 시험 재배를 하고 있다.
현재 그의 농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온실제어시스템과 AI 기반 자동제어시스템을 활용해 냉난방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태양 빛을 거의 완벽하게 가릴 수 있는 3중 차양막도 설치됐고, 광이 부족할 때 보완할 LED 보광등도 있다. 딸기를 심는 베드도 일반 농장과 달리 2단, 최대 5단까지 설치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딸기가 익은 정도를 자동으로 파악해 수확하는 로봇까지 실전 배치하기 위해 시험하고 있다. 박 대표는 "딸기는 물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벽에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로봇이 도입되면 더 이른 새벽부터 장시간 작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만으로는 여름 딸기를 재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품종에 따라서 날씨에 견디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여름철 재배에 유리한 딸기 품종을 선별하기 위해 작년 온실을 가동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30개 이상 품종에 대한 재배 실험을 마쳤다. 이들 중에서 최적의 품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재배한다는 방침이다.
SP아그리가 서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최첨단 딸기온실을 하늘에서 촬영한 모습.
SP아그리는 동시에 규모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바로 옆에 2000평 규모 온실을 새로 마련해 가동에 들어가는 한편 추가로 확보한 3만여 평 용지에도 곧바로 온실을 착공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2028년까지는 온실 규모를 6만여 평까지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SP아그리는 유통에 강점이 있는 것이 최대 경쟁력이다. 그가 운영하는 스미후루코리아의 평택물류센터는 여름 딸기에 필수적인 전국 콜드체인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으로 운송되는 과일 트럭 차량이 하루 100대가 넘을 정도다. 박 대표는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와 첨단 기술을 결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예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겠다"며 "한국에서도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청과기업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