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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향수'에 갇힌 日…과거로 가는 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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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전례없는 호황 누린 日

버블 붕괴 이후 과거만 답습

자민당 장기 집권구조 고착화

튀는 행동 꺼리는 문화 뿌리

정치·관료·재계 카르텔 키워

다카이치 출범후 우경화 가속

주권자 저항 없인 변화 어려워

지난 1월 일본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에서 열린 총선 유세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지자들이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많은 일본인에게 쇼와 시대(1926년 12월 25일~1989년 1월 7일)는 단순히 흘러가버린 과거가 아니다. 식민 제국을 건설해 전 세계를 뒤흔들었으며, 패전을 딛고 압도적 경제 성장을 달성해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한 영광의 시대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정치·행정·산업계의 온갖 부조리가 폭로되고,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정신에도 불구하고 쇼와는 일본 사회에서 되살아났다. '잃어버린 30년'간 수많은 혁신의 갈림길에서도 변화보다 관성을 택했다. 왜 일본은 정체를 겪으면서도 쇼와를 놓지 못하는가.

일본 정치·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해 온 정치학자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가 쓴 '갈림길의 일본'은 전후 일본을 이끌어온 자유민주당(자민당)의 독주 체제가 혁신과 변화를 가로막는 원인이라고 짚는다. 우경화된 역사관과 '재무장'을 주장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끌 미래에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저자에 따르면 자민당이 1955년 창당 이래 첫 야당이 된 1993년 이후 일련의 정치·관료 개혁이 단행됐지만 자민당 장기 지배 체제의 구조적 문제인 '정치-관료-재계' 간 유착은 개선되지 않았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집권 이후 자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동력이었던 파벌 정치는 완화됐다. 관료 부문에서도 중앙부처가 통폐합되고, 간부 관료들의 인사권을 총리 관저가 통할하는 '내각인사국' 창설로 개혁이 이뤄진다. 전후 경제를 일으키며 영광을 누렸으나 버블경제 붕괴의 책임에서 자민당과 관료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자민당 일당 지배는 깨지지 않았으며, 부패의 카르텔인 '철의 삼각형(정가-관가-경제계)'은 공고했다. 개혁의 의미는 일본이 '관료 주도' 사회에서 '정치 주도' 사회로 변화했다는 데 그친다. 정치가 관료에 대한 인사권을 볼모로 삼아 행정을 예속시킨 가운데 파벌 정치 약화로 인해 총리 1인에게 권력이 몰리는 구조가 됐을 뿐이다. 과거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끈끈한 유착 관계를 유지하며 쇼와 시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끈 핵심 엔진인 '철의 삼각형'도 온전할 수 있었다.

갈림길의 일본

이헌모 지음, 생각의힘 펴냄, 2만4800원

그러나 과거의 유물로 남아야 할 녹슨 엔진은 서로의 배만 불리는 기득권 카르텔로 변했다.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정책자금의 공정한 집행, 비판적 토론 등 역동적이고 투명한 사회를 위한 움직임이 막혔다. 그리고 부패했다. 일례로 도쿄올림픽 당시 일본 올림픽위원회(JOC)는 경기장 운영을 유명한 대형 광고 대리점에 맡겼다. 이 업체는 현장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다른 기업에 외주를 준다. 정관계와의 연줄을 무기로 부당하게 중간 마진을 챙기는 구조는 책에 숱하게 언급된다.

카르텔의 수호자는 자민당만이 아니었다. 야당도 이 구조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바꿀 힘도 없었다. 자민당 이외의 야당이 집권한 기간은 1955년 이후 약 5년에 불과하다.

정치 권력이 과거만 답습하자 시민 사회도 마찬가지로 반응했다. 저자에 따르면 전후 일본을 지배했던 사회적 문법인 '다테사회와 쿠우키(위계질서와 공기)' '요코나라비(공평과 평등)' '동조압력' '예정조화(설계된 형식주의)'는 지금도 위력을 발휘한다. 일사불란한 실행력과 향상심, 완벽주의로 안정적 성장을 견인했던 과거의 문법은 사문화되지 않고 여전히 일본 사회를 교정 중이다. 결과는 경직된 의사결정, 현실 안주, 저해된 창의성, 튀는 인재 배척이었다.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AI)으로 향하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들이 정치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정치와 관료에게 모든 걸 일임하는 '오마카세 민주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주권자의 권리를 포기한 상태에서 권력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연상케 하는 '극우 성향' 다카이치 총리도 과거를 답습하게 될까. 또 한 번의 갈림길에 선 일본 사회를 향해 저자는 말한다. "주권자 스스로가 사회 변혁을 위한 자각과 행동을 저어하지 말아야 한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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