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 4월 5일까지
총 26개 클래식 공연의 향연
진은숙 감독 "음악으로 치유"
2026년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Ⅰ'에서 조성진이 데이비드 로버트슨의 지휘 하에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협연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전 세계적으로 정세가 불안하고, 많은 전쟁이 일어나는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청중에게 좋은 음악을 선사하고, 청중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내면과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진은숙 예술감독은 지난 27일 2026년 통영국제음악제를 앞두고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강조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 출신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2년부터 매년 봄에 개최되는 음악제다. 올해에는 '깊이를 마주하다'를 주제로 4월 5일까지 열린다.
이번 음악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공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Ⅰ'은 윤이상의 '예악'으로 시작했다. 이 곡이 진행되는 10분가량 서양음악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화성과 구조 대신 불협화음과 이따금씩 들리는 타악기 소리 사이의 여백이 음악당을 채웠다. 푸른 눈에 백발을 한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봉을 흔들었지만, 이를 통해 터져나오는 현악기와 타악기 소리는 마치 국악을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에는 2015년 쇼팽 콩쿠르 1위로 이름을 알린 조성진이 등장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였다. 1번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 덕택에 여전히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진 감독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1번보다는 연주가 덜 됐고 잘 치기도 어려운 곡"이라며 "조성진이 처음 데뷔를 한 게 쇼팽 콩쿠르 때문이었고 조성진이라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 곡을 프로그램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성진의 연주에서는 중견급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그의 완숙미를 느낄 수 있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대개 피아노 독주에 관현악을 뒷받침한 형태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조성진은 곡의 진행에 따라 독주와 합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처음 피아노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혼자서 공연장 전체를 가득 울릴 정도로 힘 있게 치고 들어와서는 곧바로 볼륨을 줄이며 바이올린과 조화를 이뤘다. 1악장이 끝나고 객석 한쪽에서 박수가 터져나오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조성진은 흔들리지 않고 온몸을 들썩거리면서 박자를 타기도 하는 등 몰입한 상태로 3개 악장을 마무리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개막공연을 비롯해 총 26개 공연을 선보인다. 주최 측은 3월 30일 열리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외에도 31일 '왕기석의 수궁가', 4월 4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with 김선욱'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올해로 5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진 감독은 "예술감독을 맡으며 해마다 젊은 연주자가 많이 배출되고 청중들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 김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