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전문가의 분석
가전·물류·제조·탐사·우주…
일상·산업 전분야 깊숙한 침투
제조기술·연구역량 뛰어난 韓
美中 장악한 AI·클라우드 대신
'하드웨어' 플랫폼에 집중해야
저자는 미·중 경쟁 속 'K로봇'이 살아남으려면 하드웨어 플랫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미지는 로봇이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장면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모습. 챗GPT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로봇 산업계엔 중대한 '사건'이었다. 인간을 뛰어넘는 로봇을 등장시킨 공상과학(SF) 콘텐츠에 길들여진 대중은 사고 수습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방사능에 무력화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로봇 산업을 떠받치던 상상력과 기술이라는 두 축은 균형을 잃었다. 이후 업계는 로봇에 대한 대중의 환상을 구현할 기술적 가능성보다 '로봇은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달렸다.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 엔젤로보틱스의 공경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쓴 '로봇의 미래'는 이 질문에 답하는 산업계의 리포트다. 산업용 로봇부터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인류의 일상 곳곳에 포진한 로봇의 모습에서 다가올 '현실적인 미래'를 내다본다. 로봇 산업을 두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청사진도 제시한다.
로봇의 미래
공경철 지음, 와이즈맵 펴냄, 2만3000원
저자에 따르면 실용적인 로봇의 뼈대가 되는 작동 원리는 '피드백 제어 시스템'이다. 로봇이 수행할 목표를 설정하고(목표 출력), 현재의 능력치를 확인(측정 과정)한 뒤, 오차를 알아본다. 이후 외부 변수까지 고려해 행동을 제어하고 결과를 평가하며 시행착오를 줄여나간다. 단순 반복 임무를 넘어 불확실한 외부 환경에 스스로 대처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에도 이 과정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테슬라의 로봇 옵티머스와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와 센서, 가상 시뮬레이션 등 첨단 기술로 인간을 모방하는 AI 강화 학습을 통해 시행착오를 비약적으로 줄여 나갔을 뿐이다. 책에는 가전, 물류, 서빙, 제조, 탐사, 군사, 우주 등 일상과 비일상을 막론하고 깊숙하게 침투한 첨단 로봇의 현황이 총망라돼 있다.
로봇의 시대가 가까워진 이유는 산업이 창출하는 엄청난 부가가치에 있다. 로봇 기술과 전후방 연관 산업에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물류, 헬스케어, 모빌리티, 배터리, AI·데이터, 반도체, 클라우드, 기계 부품 산업에 로봇은 이미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자·기계 공학에 기반한 하드웨어 제조 역량뿐 아니라 AI,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총동원되는 첨단 기술의 '플랫폼'이자 격전장이 됐다.
미래 먹거리를 넘어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할 정도로 막대한 파급력이 예상되자 미국과 중국은 로봇 산업에 천문학적 자금과 연구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기초 연구를 지원해 AI·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고도화하되, 제조업 '리쇼어링' 전략으로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업 인프라란 강점을 이용하면서 국가 주도로 인수·합병(M&A)과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추진 중이다.
미·중 경쟁 속 'K로봇'은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까. 책은 열위에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주도권 싸움에 가담하기보다 '하드웨어' 플랫폼 부문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서 보여준 한국의 기술·연구 역량과 제조 시스템, 품질 관리 역량을 거론한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단일한 하드웨어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이때, 산업 간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표준화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움직임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 주도로 한국의 로봇 제조사, 부품 기업, AI 스타트업, 대기업이 참여해 제조와 연구부터 비즈니스 생태계까지 통합 개발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휴머노이드 M.AX 얼라이언스)'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로봇이라는 기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새로 설계하는 새 국면에 들어섰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