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릉에 핀 들꽃, 장릉에 이식
"역사적 슬픔을 꽃으로 치유"
유산청, 행사 정례화하기로
단종의 능인 영월 장릉. 국가유산청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한 단종과 평생 그를 그리워한 왕비 정순왕후가 500여 년 만에 꽃으로 다시 이어진다.
국가유산청은 11일 정순왕후가 묻힌 남양주 사릉에서 채취한 들꽃을 단종의 능인 영월 장릉에 심는 행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단종과 정순왕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마련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사후 500여 년간 떨어져 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서사를 꽃이라는 생명의 매개체로 연결해 역사적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사릉에서 고유제로 시작된다. 고유제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그 사유를 조상이나 신령에게 알리는 의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초헌관을 맡아 제사를 지낼 때 첫 번째로 술을 올릴 예정이다. 이후 사릉에서 채취한 들꽃을 장릉 정령송 주변에 심는 행사가 열린다. 정령송은 1999년 사릉에서 장릉으로 옮겨 심은 소나무다.
국가유산청은 이 행사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례화할 계획이다. 매년 7~8월께 두 능의 풀 씨앗을 채취해 기른 뒤 이듬해 한식날마다 교환해 심는 방식이다.
정순왕후는 15세에 왕비가 됐다가 18세에 단종과 이별했다. 단종은 1453년 왕위를 내준 뒤 상왕으로 물러났고, 1457년 노산군으로 강등돼 영월로 유배됐다.
단종이 세상을 떠나자, 정순왕후는 매일 산에 올라 통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곡소리가 산 아랫마을까지 들려 온 마을 여인들이 땅을 한 번 치고 가슴을 한 번 치는 동정곡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1698년 단종은 복위되며 왕의 지위를 되찾았고, 정순왕후 역시 왕비로 복위됐다.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