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쓰면 뇌속 도파민 활성화
쾌락 느낄수록 더욱 원하게 돼
점점 고집불통·안하무인 변화
늘 쓴소리할 조언자 곁에 두고
조직 성향 따져 권력 분산해야
권력 중독의 폐해 피할 수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권력은 한 사람의 성격을 드러내는가. 이 질문에 동의하는 이들은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발언으로 알려진 "어떤 사람의 진짜 성격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는 문장은 격언이 돼 한 인간의 가면을 벗기는 권력의 그림자를 환기해왔다. 동시에 그의 격언은 독선적이고 잔인한 권력자들의 결함을 성격 탓으로 돌리는 기제로 작동해왔다. 정말 권력을 쥔 이들의 악행은 개인의 문제일 뿐인 걸까.
독일 SRH 베를린 응용과학대 경영심리학 교수인 카르스텐 셰르물리가 쓴 '권력 중독'은 진화생물학과 심리학 연구 결과를 끌어모아 인간을 타락시키는 권력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누구나 공감 능력이 결여된 비인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타락한 권력이 낳는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은 '통제'와 관련이 깊다.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타인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기 위해 권력을 추구한다. 권력을 원하는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보통은 더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더 높은 권력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이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감과 열정, 쾌활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낀다. 자신의 내적 욕망과 가치관을 좇아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려서다. 심지어 권력은 '중독'과도 밀접하다. 권력을 행사할 때 뇌 속 도파민 보상 회로는 활성화된다. 쾌락을 가져다줄수록 더 원하게 된다.
권력 중독
카르스텐 셰르물리 지음, 곽지원 옮김
미래의창 펴냄, 1만9000원
권력이 주는 자유와 쾌락의 대가는 크다.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영향력 안에 있는 타인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해악이 발생한다. 저자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권력을 쥐게 될수록 공감 능력이 약해지고,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으며, 공격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꼬집는다. 폐해는 조직 구성원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판과 견제의 진공 상태에 놓인 권력자들은 점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억제력을 잃어간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원래 그런 성향의 사람이 권력을 쥐기 유리한 것은 아닐까. 높은 권력욕, 공격성과 관련 있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거나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이에게 권력은 자리를 내어주는가. 저자는 이를 부정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심리학적 연구 결과에서는 '나쁜 사람이 권력을 더 잘 잡는다'는 통념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
누구라도 괴물로 만들 수 있는 권력은 어떻게 교정되어야 할까. 저자는 개인 스스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갖고 있는 권력과 권력욕을 성찰할 것을 주문한다. 곁에 건설적인 비판을 해줄 조언자를 두는 것도 유효하다. 보다 효과적인 방안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영향권 내에 있는 사회적 환경 안에 '심리적 안전감'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아랫사람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새로운 시도를 해도 부정적인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뜻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권력 감수성을 지닌 리더를 선별하고, 조직 내 분산된 권력 구조를 만들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탈권위적 조직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수평적 조직'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통념을 뒤엎는다. 직위를 단순화하는 방법으로 위계를 없앨수록 권력이 소수에게 더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서다.
가령 중간관리자들에게 분산됐던 권력이 소수의 임원진에게 집중되는 식이다. 저자는 조직의 성향과 구성원의 숫자를 고려해 정밀한 권력 분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저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하는 권위적인 리더에게 기대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각국의 스트롱맨이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는 지금, 그들이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에 취한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두려움 때문에 권위적인 리더십을 선택하거나 맹목적인 복종을 받아들이지 말라. 권위주의로 인한 대가는 상상 그 이상이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