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한국 엄마에게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푸른숲 펴냄, 2만3000원
1998년 겨울, 노르웨이 베르겐 공항에 생후 8개월 된 한국 남자아이가 도착했다. 추운 북유럽의 밤에 아이는 낯선 엄마의 품에 안겼다. 사랑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던 노르웨이인 어머니는 20여 년이 지난 후 아들의 정체성 혼란과 인종차별의 상처를 마주하며 비로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를 구해낸 것인가, 아니면 초국가적인 입양 산업에 가담한 것인가."
저자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노르웨이의 사회학자이자 한국에서 두 아이를 입양한 어머니다. '너의 한국 엄마에게'는 개인적 회고를 넘어 국제 입양 산업의 구조를 파헤친 책이다. 성인이 된 아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향하자 저자도 생모를 찾는 과정에 동행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이 가담한 초국가적 입양 시스템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책은 선의로 포장된 제도가 어떻게 아동을 상품처럼 다뤄 왔는지 추적한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만 약 7만명의 아동이 해외로 보내졌다.
당시 입양 수수료 3000달러는 한국 사무직 노동자의 연봉과 맞먹었다. 저자는 입양이 인도주의를 내세웠지만 치밀하게 설계된 산업이었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는 인권 침해와 서류 조작이 빈번했다. 생존한 부모가 있지만 아동을 고아로 처리하거나, 입양 예정 아동이 사망하면 다른 아이로 신원을 대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998년부터 10년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1.46명에서 1.19명으로 떨어지는 동안에도 2만3000명이 넘는 아이가 서구로 보내졌다.
저자는 입양아들이 서구에서 겪는 상처도 지적한다. 저자의 아들은 성장 과정에서 '칭총'이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겪었다. 입양 부모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아이들은 두 정체성 사이에서 배제와 소외를 견뎌야 했다.
저자는 국제 입양이 아이에게 본질적으로 단절과 충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2029년까지 해외 입양 0건을 목표로 내세운 현재, 이 책은 '아동 수출국'으로 불리던 한국의 과거를 직시하게 한다.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