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선생 일대기 웹툰 'NEW 일한' 연재 윤태호 작가
안정된 삶대신… 한평생 고국·민족 헌신
美서 독립운동, 50대 특수부대 자원입대
불확실 시대 청년들, 그의 강직함 본받길
제약사 유한양행의 창립자이자 청렴한 기업가의 대명사. 부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위인. 고(故) 유일한 박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최근 유 박사의 일대기를 담은 웹툰 '뉴(NEW) 일한'을 연재한 윤태호 작가(57) 역시 작품을 맡기 전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서울 노량진 유한양행 본사에서 만난 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안티프라민이나 유한양행 로고인 버드나무 마크가 친숙했다"며 "사진 속에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은발에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 마치 인자한 옆집 할아버지 같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웹툰을 연재하기 위해 유 박사에 관한 기록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180도 바뀌었다. 윤 작가는 "(유 박사와 관련한) 모든 문장이 정말 잔혹하거나 단호했다"며 "(사실상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언장을 봤을 때는 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카카오페이지에서 올해 3월 첫 회가 공개되고 이달 18일 총 8화로 마무리된 'NEW 일한'에는 윤 작가의 설명대로 그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 박사의 강건한 면모가 잘 담겨 있다.
9세 때 미국 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였지만, 일제 지배에 신음하는 조국을 외면하지 않고 고국으로 돌아와 국민의 몸(제약 사업)과 정신(장학 사업)을 개선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기로 결단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14세 때 미국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고자 군사학교인 한인소년병학교에 자원입대하고, 대학 시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인자유대회에 한인 대표로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가로서도 맹활약했다.
심지어 1945년에는 50세라는 나이에도 미국 육군전략처(OSS)와 광복군의 합동 비밀 침투 작전인 '냅코' 작전에 합류해 고된 군사 훈련과 공수 훈련을 견뎌내기도 했다.
윤태호/SUPERCOMIX STUDIO Corp.
당시 상류층으로서 보장된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50대에 특수부대에 자원입대까지 할 정도로 유 박사가 조국과 민족에 헌신하도록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작품을 통해 그의 궤적을 되짚어본 윤 작가가 내린 결론은 '운명'이었다. 윤 작가는 "당시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우리는 개인으로 살 수 없는 운명이구나'라고 느끼지 않았을까"라며 "(그런 삶은) 유 박사에게는 지식인으로서 가져야 할 가치관과 책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에서 다룬 유 박사의 다양한 삶의 장면 가운데 윤 작가가 주목한 것은 두 가지다. 우선 그는 "유한양행의 가장 큰 사회적인 기여는 학교 재단"이라며 "'나라를 세울 기술자를 길러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까지 제공하고 주식과 재산을 기부해 학교 재단의 연속성을 확보하게 만든 것은 시대의 어른이라고 할 만큼 멋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웹툰의 클라이맥스로도 등장하는 1919년 한인자유대회에서의 활약이다. 서재필, 이승만 등 재미 한인 리더들과 함께했던 당시 대회에서 대의원 겸 서기로 활동했던 유 박사가 직접 쓰고 낭독한 결의문 10개 항목 중 제1조는 "우리는 정부가 피치자로부터 나오는 권력에서 유래한다"는 구절로 시작한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의 핵심 구절을 유 박사가 당시 언어로 계승한 이 구절은 이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으로 되살아났다.
이에 대해 윤 작가는 "너무 빛나고 자존감 가득한 문장"이라며 "이들이 꿈꿨던 조국이 어떤 모습인지 그대로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근현대사 인물을 소재로 다룬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윤 작가는 오히려 "우리의 존경하는 모델을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찾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야기로 다루는) 영웅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그만큼 무책임해지기 좋다는 말과 같다"며 "지금 우리 시대의 거인들, 공과 과가 있지만 누군지 우리가 알고 가야 하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 조명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상화 측면에서는 "더 이상은 이순신과 세종까지 가지 않고 근대화적인 이 시대의 인물들을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놨다.
유 박사 스토리가 현재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에 관해 윤 작가는 "요즘 젊은이들은 불확실성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며 "그럴수록 저 사람(유 박사)이 불안한 환경에서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탄탄하게 쌓고 흔들리지 않았는지 목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