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차체 개발 … 이영호·정진관·이해훈·김선민·김기은 연구원
성 이상의 가치좇아 연구
휠체어 짐처럼 싣던 장애인차
옆문으로 탈수있게 구조 변경
택배기사 허리펴고 일하게
천고 높인 모델도 개발했죠
왼쪽부터 이영호 MSV바디설계1실장(상무), 정진관 책임연구원, 이해훈 책임연구원, 김선민 책임연구원, 김기은 책임연구원. 현대차
성 너머의 가치를 좇았더니 오히려 판매량 돌풍이 일었다. 국내 상용차 월 판매량 1위를 꿰찬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개발한 현대자동차그룹 '장영실들'의 얘기다.
최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이영호 MSV바디설계1실장(상무)과 김선민·김기은·이해훈·정진관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이들은 현대차그룹 최초의 모듈형 차체 기술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14일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자동차의 뼈대를 모듈형 레고 블록처럼 뗐다 붙였다 조립할 수 있는 차세대 바디 기술이다. 패신저 롱 바디와 카고 콤팩트 등 총 7개 사양을 먼저 선보였는데 방식에 따라 최대 16종까지 다양한 사양으로 확대할 수 있다. 약 660개에 달하는 차체 부품 중 모델별 전용 부품은 단 10~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 이상의 부품을 공용화하면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혁신이 쉽지는 않았다. 다사양 바디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이 그룹 최초의 시도인 터라 당사 생산 설비에도 맞지 않아 개발 초기에는 양산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기도 했다. 기술의 초기 콘셉트를 잡은 이해훈 책임은 "개발이 무산될 위기를 여러 차례 맞은 적도 있었다"며 "모든 구성원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양산에 성공했고, 고객들이 더 디테일하게 맞춤형 차량을 선택하게 해서 애정을 더 느끼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향한 배려는 차량 곳곳에 녹아 있다. PV5는 기아 차량 최초로 별도의 공구 없이도 콘솔, 트림 등에 휴대폰 거치대 등 다양한 물품을 간편하게 탈부착할 수 있는 애드기어 기술을 적용했다. 정진관 책임은 "배달 업무를 하는 중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거치대를 편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물류 운송 환경을 고려한 설계도 돋보인다. PV5 카고 모델의 적재함 바닥 높이는 419㎜로, 기존 봉고(800~900㎜)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김선민 책임은 "무거운 짐을 높이 들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 고민의 정점이 바로 교통약자를 위한 'PV5 웨이브' 모델이다. 기존 장애인 차량은 휠체어가 차량 뒤쪽으로 탑승하고 운전자석과 단절돼 있어 사용자들에게 마치 '짐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하지만 PV5 웨이브는 낮은 지상고와 슬라이딩 도어를 활용해 비장애인과 똑같이 옆문으로 탈 수 있게 설계됐다. 이 상무는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진정한 사회공헌을 언급하며 특별히 공을 들인 모델이라고 귀띔했다.
조만간 2.2m 높이의 '하이루프'를 적용해 실내에서 허리를 펴고 움직일 수 있는 물류 모델과 캠핑카, 냉동차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김기은 책임은 "원터치로 조수석 좌석을 가볍게 눌러주기만 하면 차량 뒤쪽의 물류 공간으로 '워크 스루'할 수 있어 컸던 동선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기아는 아예 차량 형상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했다. 특장업체들이 표준 단자를 통해 냉장고나 모니터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생태계까지 구축했다.
이 상무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잘 팔리는 모델에 집중한 게 아니라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선택 기회를 늘려주기 위한 개념을 고민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PV5는 7개 모델이 모두 2년 사이 출시됐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하나의 '표준'을 정립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에 완성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향후 'PV7'을 비롯해 모듈화가 필요한 차량에 적용돼 맞춤형 자동화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