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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또는 비건 위주의 식단이 일부 암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대장암과 식도암 위험은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공육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이후 육류 섭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된 가운데, 식습관과 암 발생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대학교 인구보건학과 연구팀은 육식주의자부터 비건까지 약 5만 270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눠 17개 암종의 위험도를 분석했다.
◇ 5가지 암 위험은 감소
연구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육류 섭취자에 비해 췌장암 위험이 21% 낮았고, 유방암 위험은 9% 낮았다. 전립선암 위험은 12%, 신장암은 28%,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은 3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채식주의자들이 일반적으로 과일, 채소, 식이섬유 섭취가 많고 가공육을 먹지 않는 식습관이 일부 암 위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식 그룹은 전반적으로 섬유질 섭취량이 가장 많고 알코올 섭취량은 가장 적은 집단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베이컨·햄·소시지 등 가공육은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붉은 고기도 암 위험 증가와 관련성이 보고돼 왔다.
◇ 대장암·식도암 위험은 오히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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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도 나왔다. 채식주의자의 대장암 발병률은 육식주의자보다 약 40% 높게 나타났고, 식도암 가운데 가장 흔한 편평세포암 위험도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분석됐다.
비건의 경우에도 육류 섭취자보다 대장암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진은 이 원인으로 칼슘 섭취 부족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건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약 590mg으로, 권장량 700mg에 미치지 못했다.
영국 암연구소는 칼슘이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하루 큰 컵 우유 한 잔이 대장암 위험을 약 17%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연구진은 비건 집단에서 대장암 사례 수가 많지 않아, 보다 큰 규모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채식이 만능은 아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팀 키(Tim Key) 교수는 “겉으로 보면 연구 결과가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공육과 대장암 간 기존 연구 결과와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 대상이 된 육식주의자들의 가공육 섭취량이 비교적 낮았을 가능성도 변수로 지목됐다.
키 교수는 “육류를 줄이는 것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채식이 암 위험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식주의자 역시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제나 강화식품 등을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킹스칼리지런던의 영양학자 톰 샌더스 교수 역시 “중요한 연구 결과지만 육식 그룹의 고기 섭취량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해석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통곡물, 콩류, 과일, 채소 중심의 식단을 유지하되 가공육을 피하고 붉은 고기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칼슘, 비타민B12 등 동물성 식품에 많이 함유된 영양소의 결핍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브리티시 저널 오브 캔서(British Journal of Cancer)’와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등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