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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나타나는 건강 변화가 남녀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여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BUSPH)과 일본 치바대학교 연구팀은 일본의 대규모 노인 코호트 연구인 ‘일본 노인 평가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65세 이상 노인 약 2만6000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연구 기간 동안 배우자 사별을 경험한 1076명을 추려 치매 위험, 사망률, 우울 증상, 행복감, 사회적 지지 등 총 37개 건강·삶의 질 지표 변화를 살폈다.
◇ 아내 잃은 남성 “건강도 무너졌다”
분석 결과 배우자 사별 이후 나타나는 변화는 남녀 사이에서 뚜렷하게 달랐다.
아내를 잃은 남성은 배우자가 있는 남성과 비교했을 때 치매 위험과 사망 위험이 더 높았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도 더 크게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정신 건강 지표 역시 악화됐다. 우울 증상은 증가했고 행복감과 사회적 지지는 감소했다.
특히 음주 빈도가 증가하는 등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도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사별 이후 첫 1년 동안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책임 저자인 BUSPH 소속 역학자 시바 고이치로 조교수는 “배우자를 잃는 일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이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 남성이 더 큰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 남편 잃은 여성…시간 지나면 오히려 행복감 상승
반면 여성의 경우 결과가 크게 달랐다.
남편을 잃은 직후에는 행복감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우울 증상이 크게 늘거나 건강 지표가 악화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높아지는 경우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사회적 역할과 문화적 요인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많은 문화권에서 남성은 직장 중심의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실질적 지원을 배우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성은 가족이나 친구 등 다양한 관계망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배우자를 잃은 이후에도 사회적 연결이 비교적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돌보는 주요 보호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일부 여성에게 배우자의 사망이 오랜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는 경험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시간이 지나 삶의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사별 후 첫 1년, 남성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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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사별 이후 외로움 역시 남성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월 호주 모나쉬대학교 연구팀이 ‘호주 가계 소득 및 노동 동향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우자를 잃은 남성은 사별 첫해 외로움이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약 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단순히 사회적 만남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삶의 역할과 정체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바 교수는 특히 남성의 경우 배우자 사별 이후 첫 1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가족과 친구,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남성은 배우자 사별 이후 부정적인 건강 결과에 더 취약한 반면 여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회복력을 보였다”며 “배우자 사별 이후 적응과 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성별 차이를 고려한 사회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