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투여 3개월 후에도 체중 감량 5% 못 미치면
‘비반응자’로 분류…임상에선 약 14~15%로 보고돼
GLP-1·GIP 동시 공략 마운자로로 전환 시도하기도
클립아트
“위고비 시작하지 않았어?”
올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체중을 5㎏ 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대학원 동기가 여전히 푸짐한 뱃살을 자랑하며 등장하자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체중 감량 비결로 꼽히는 위고비를 두 달가량 맞았다는 그는 “약값으로 100만 원 가까이 태웠는데 1㎏도 변하질 않았다”며 허탈해하더군요. 남들은 주사를 맞으면 음식 냄새만 맡아도 역하다는데, 약간의 울렁거림이 올라올 때 삼겹살을 먹었더니 증상이 싹 가라앉았다는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의료계를 취재하다 보면 이런 ‘웃픈’ 상황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신동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위고비 높은 단계를 맞았는데도 변화가 없었다”며 의사로부터 ‘위고비를 이겼다’는 공식 판정을 받았던 사연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죠.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길항제 계열 비만 치료제는 음식에 대한 집착적 사고, 이른바 ‘푸드 노이즈(food noise)’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당초 음식을 먹을 때 정상적으로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 수용체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당뇨병 약제로 개발됐는데, 연구 과정에서 뇌의 포만 중추를 자극하는 효과가 새롭게 밝혀지면서 비만 적응증을 장착했죠. 위고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투약 후 온종일 음식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푸드 노이즈가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마운자로는 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GIP) 호르몬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효능제로,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졌죠. GIP 수용체에 함께 작용하면 식욕 억제뿐 아니라, 인슐린 분비 촉진·위 배출 지연 등 대사 조절 기능이 강화되거든요. 실제 릴리가 진행한 임상 시험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위고비보다 평균 47%가량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두 약제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질 않다 보니 판매가가 병원·약국마다 천차만별인 데요. 약효가 강력하다고 알려진 덕분인지, 대체로 위고비보다 마운자로가 조금 더 비쌉니다. 주위 의견을 들어보면 위고비 고용량에도 끄떡없던 식욕이 마운자로를 맞고 나니 뚝 떨어졌다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위고비의 효능을 입증한 임상의 대표격인 STEP 1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 투여군의 약 14~15%는 체중 감량 폭이 5% 미만에 그쳤습니다. 의학계에서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투여 12주 이내에 초기 체중의 5% 이상 감량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를 ‘비반응자(Non-responder)’로 분류합니다. 제2형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의 경우, 위고비 비반응자 비율이 31%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죠. 이처럼 GLP-1 계열 약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는 유전자와 체내 항상성의 저항, 식욕 조절 방식의 차이 등이 거론됩니다. 우리 몸의 GLP-1 수용체를 결정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약물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효율이 떨어져 뇌로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요. 체중이 줄어들면 대사율을 낮추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를 늘리게 되는데, 이 방어 기전이 유독 강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생존을 위해 뇌의 강력한 보상 기전이 작동한 결과, 약물이 주는 포만감을 식탐이 압도해 버리는 셈입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생물학적 배고픔을 줄일 순 있어도, 즐거움을 위해 음식을 찾는 뇌의 도파민 회로까지 완벽하게 차단하진 못한다는 것도 약물 반응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통상 위고비 용량을 높여도 반응이 없는 경우 마운자로로 처방 전환을 시도합니다. GLP-1 계열에 반응하지 않는 일부 환자 중에선 ‘큐시미아’ 같은 향정신성 식욕 억제 성분 복합제의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만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위고비, 마운자로가 아닌 어떤 약도 식습관,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 없이는 비만을 해결해줄 순 없다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