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연구팀
혈액투석 환자 3만여명 3년간 추적관찰
대한신장학회 인증 여부 따라 10% 차이
클립아트코리아
신장(콩팥)이 망가져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가 어떤 의료기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망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혜인·김도형·이영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832개 의료기관에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3만 1227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대한신장학회 인증 기관에서 치료 받은 환자군은 미인증 기관 환자들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이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혈액투석은 콩팥 기능을 대신하는 신대체요법이다. 콩팥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노폐물과 수분을 거르고 제거하는 기관으로, 그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소실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콩팥 기능이 15% 이하로 떨어진 말기 콩팥병 환자들은 특수한 관을 통해 몸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대개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대한신장학회는 혈액투석의 질적 향상과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2016년부터 ‘우수 인공신장실 인증제’를 자발적으로 시행해 왔다. 국제적 표준에 따라 혈액투석실의 감염관리, 응급대응체계, 투석 장비 유지관리, 인력 구성 등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연구팀은 환자의 나이와 성별,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 유무를 모두 보정했음에도 ‘인증 여부’가 독립적인 생존 변수로 작용했다는 데 주목했다. 특히 투석기간이 비교적 짧은 65세 미만 연령층에서 생존율 차이가 두드러졌다. 투석 초기 단계부터 표준화된 질 관리가 이뤄지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것이 환자의 생사에 직접적인 역할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인증 기관과 미인증 기관 사이의 생존율 격차가 발생한 핵심 이유로 △투석 전문의 상주 여부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 준수 △윤리적 운영을 꼽았다. 학회의 인증을 통과한 기관은 혈중 인•칼슘 수치 관리와 투석 적절도(Kt/V) 등 주요 임상 지표가 미인증 기관보다 월등히 우수했다. 이는 말기 콩팥병 환자의 생명유지에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더 적절한 투석관리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인증을 받지 않은 기관 중 일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투석 시간을 단축하고 저가 장비를 사용하는 등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 유인을 위해 무료 차량 운행, 금품 제공 등 비윤리적 행위를 일삼는 경우도 있었다. ‘박리다매형’ 운영을 일삼는 몇몇 기관의 비윤리적인 행태가 합병증을 키우고 환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선 현재 국회에 발의된 ‘만성콩팥병 관리법’의 법제화와 인공신장실의 표준 치료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한국은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법적 기준이 미비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엄격한 표준 검사와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투석실을 관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교신저자인 이영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심평원 데이터를 통해 학회 인증제의 사망률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정부와 학회가 협력해 국가적 질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면 혈액투석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신장학회 공식 학술지(KRCP) 최근호에 ‘인공신장실 인증이 환자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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