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조성우· 황기환 교수 공동 연구팀
동일한 방식의 두개저 내시경 수술 환자 43명 분석
두개저 내시경 수술, 코로 내시경 넣어 종양 제거
뇌조직 손상 최소화…신경 손상돼 후각 저하 위험
클립아트코리아
뇌 밑바닥 깊숙한 곳에 생긴 종양을 내시경수술로 제거할 때 고령일수록 후각 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0세 미만 환자는 수술 전후 후각 기능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던 반면, 50세 이상 고령자는 동일한 방식으로 수술을 받아도 후각 기능이 유의하게 떨어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조성우 이비인후과 교수와 황기환 신경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 병원에서 두개저 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 43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후각 기능을 평가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조성우(왼쪽)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황기환 신경외과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두개저는 뇌를 감싸고 있는 머리뼈의 바닥 부위를 지칭한다. 안쪽 깊숙이 위치할 뿐 아니라, 주변에 중요한 뇌혈관과 뇌신경이 밀집해있다. 이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병변에 안전하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과거에는 머리를 여는 개두술로 뇌를 살짝 젖히거나 밀어낸 상태에서 종양을 제거했다. 이러한 방식은 뇌를 움직여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인 만큼, 수술 시야가 좁다는 제한점이 따랐다. 머리 위쪽에서 종양이 있는 아랫부분까지 내려가려면 주요 뇌혈관·신경을 지나칠 수밖에 없어 정상 뇌조직이 손상될 위험도 컸다. 최근에는 코에 내시경을 넣어 두개저 종양을 제거하는 ‘두개저 내시경 수술’이 널리 쓰인다. 뇌의 밑바닥과 코의 윗부분이 맞닿아 있다는 데 착안, 코를 통해 뇌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다만 좁은 콧속에서 내시경을 비롯한 각종 수술기구를 조작해야 하다보니, 후각 신경 손상에 따른 ‘후각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후각 신경은 내막, 외막 등 보호막이 없어 물리적 자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후각 신경을 보호하는 세포가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개저 내시경 수술은 콧속 뼈 일부를 절제하는 등 수술기구가 드나들 통로를 마련하는 방식에 따라 후각 신경이 자극받는 정도가 달라진다. 선행 연구들은 수술 방식을 통일하지 않은 채 환자들의 후각 기능을 비교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수술 후 환자마다 후각 저하 수준이 달라도, 그 이유가 나이 탓인지 수술 방식 탓인지 구분이 불가능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동일한 방식으로 수술 받은 환자를 선별한 다음 ‘후각인지검사(CC-SIT)’로 객관적 후각 능력을, ‘후각설문(OQ)’으로 주관적 후각 능력을 측정했다. 후각인지검사는 피검사자에게 냄새를 맡게 한 후 어떤 냄새인지 보기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검사다. 후각설문은 응답자 스스로 냄새를 얼마나 잘 맡는지 진술하도록 한다.
분석에 따르면 50세 이상 환자 30명은 수술 6개월 후 후각인지검사와 후각설문 점수 모두 수술 전보다 유의하게 낮아졌다. 반면 50세 미만 환자 13명은 두 점수 모두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나이와 세포 특성이 수술 후 후각 기능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제 수술 환자의 후각 점막 세포를 직접 분석했다. 세포를 형광 물질로 염색한 뒤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냄새를 감지하는 세포와 후각 재생을 돕는 세포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환자의 경우 재생을 담당하는 세포가 부족해 젊은 환자와 같은 수준의 자극을 받더라도 회복이 더 어려움을 시사한다.
또한 후각 신경을 보호하는 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S100)의 발현 강도가 높을수록 수술 후 후각 기능이 더 잘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S100이 수술적 자극으로부터 후각 신경을 지키는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하는 셈이다. S100이 후각 저하 위험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조 교수는 “환자의 나이가 두개저 내시경 수술 후 후각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인자임을 규명했다”며 “수술 환자의 후각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나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및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비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라이놀로지(Rhin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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