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476만 명 방한에도
불법 숙소 검증 시스템은 ‘사각지대’
지자체마다 다른 신고증에 진위 확인 난항
외국인관광객들이 1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구경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숙박업을 통합 관리하기로 했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사업자 신고번호 체계가 제각각인 탓에 숙소의 불법 여부를 검증할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업소 부족 사태와 함께 이들이 불법 숙소를 이용하다 안전상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플랫폼들은 숙박업소들이 제출한 사업자 신고필증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해 심사가 장기 보류되고 있다. 신고번호 체계가 통일되지 않아 시스템을 통한 자동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마다 표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신고증만으로는 불법 여부를 걸러내기 힘든 구조”라고 토로했다.
현행 숙박업 신고는 공중위생관리법과 관광진흥법에 따라 지자체가 허가 주체다. 하지만 표준 양식이 없어 같은 업종이라도 지자체별로 표기 방식이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농어촌민박업의 경우 강릉은 ‘제2026-강릉-민박-001호’, 거제는 ‘2026-0088’, 여수는 ‘농민-여수-2025-123’ 등 서로 다르다. 일부 지자체는 신고증을 수기로 발급하기도 하며, 직인이 누락되거나 신고번호 자체가 없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로 인해 숙박 플랫폼은 물론 정부조차 신고증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위조 신고증까지 등장하면서 판별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주요 숙박 플랫폼과 함께 불법 숙소를 걸러내기 위한 데이터 교차 검증 시스템 구축을 논의 중이지만, 번호 체계가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2018년 관련 법을 시행하면서 전국 공통 등록번호 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플랫폼과 연동해 실시간 검증이 가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방한 외국인 증가 속도를 숙박업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1900만 명만 되더라도 서울의 관광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았거나 위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숙소를 예약할 위험도 크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숙소가 불법으로 판명되면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제도권 보호를 받기 어려워 피해 보상조차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올해 2월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숙박업법(가칭)을 제정하고, 보건복지부(공중위생관리법)와 문화체육관광부(관광진흥법)로 나뉜 관리 체계를 문체부 중심으로 일원화하기로 했지만 단기간 내 통합 법안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숙박업 통합 관리 업무 이관을 위해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면서 “불법 숙박업소 관리를 위한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안도 논의 대상이지만, 법 전반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광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방한 외래객은 476만 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BTS 컴백 공연이 있었던 3월 한 달간 206만 명이 입국해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대만·일본 등 주요 시장이 동시에 회복세를 보다. 또 지방공항 입국자도 49.7% 증가하는 등 지역 관광 확대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사용액 역시 3조 2128억 원으로 23% 늘어나며 소비 증가세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