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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말씀은 왜 폭력의 언어가 됐나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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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의 탄생(카렌 암스트롱 지음, 교양인 펴냄)

종교학자인 저자가 성경·쿠란·논어 등 경전의 역사와 역할 추적

경전은 원래 예술이자 신화…근대에 사실의 기록처럼 읽으며 변질

이슬람 쿠란은 폭력적 경전 아냐…지하드 원래 뜻은 ‘애씀’

“우리가 자신의 견해 확인하기 위해 경전을 이용” 지적

경전은 ‘최종 말씀’ 아닌 진행 중인 작업…해석과 선택은 우리몫

경전의 탄생. 사진 제공=교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예수에게 안겨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공유했다. 앞서 자신을 예수에 빗댄 이미지를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한 뒤 며칠 만에 예수와 함께 등장하는 이미지를 다시 게시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얼마 전 이란과의 전쟁 상황을 설명하다가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나의 반석이신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그가 내 손을 가르쳐 싸우게 하시며 손가락을 가르쳐 전쟁하게 하신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SNS에 미국이 공격하면 즉각 반격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네 손에 있는 것을 던지라. 그리하면 그들이 세운 것을 모두 집어삼키게 되리라’는 쿠란의 구절을 가져왔다. 전쟁 중인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인사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각각의 경전을 인용하고 미 대통령은 예수 이미지까지 앞세우는 상황이다.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신간 ‘경전의 탄생’에서 기독교의 성경, 이슬람의 쿠란, 중국의 ‘주역’과 ‘논어’, 유대인의 탈무드 등 경전의 장구한 역사를 살피며 경전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경전이 비(非)지성적으로 읽히며 심각한 문제를 낳는 데 불안을 느껴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테러 현장에서 쿠란의 구절을 외친다.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은 히브리 성서의 첫 다섯 책인 ‘모세오경’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땅의 소유권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적의를 정당화한다. 왜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는 경전이 현대에 와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됐을까.

저자는 애초에 경전은 ‘예술’이자 ‘신화’의 영역에 있었다고 말한다. 경전은 눈으로 읽고 공부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소리이자 노래였고 의례를 통해 몸으로 익히는 수행의 과정이었다. 또 시간을 초월해 진실을 말하는 신화는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며 로고스(이성)가 사고의 중심이 되고 미토스(신화)가 주변으로 밀려나면서 경전을 대하는 방식도 변화했다. 사람들이 경전을 실제로 일어난 사실의 기록인 것처럼 읽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경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서 경전은 본질적인 기능인 치유의 힘을 잃기 시작했다.

후세 사람들이 각자 처한 현실에 따라 의도를 갖고 경전을 해석한 것도 오늘날 경전이 오해를 받게 된 이유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이슬람 ‘지하드’ 전사의 테러로 인해 서양 사람들이 폭력적인 경전이라고 생각하는 쿠란이다. 많은 사람이 지하드는 ‘성전(聖戰)’을 뜻한다고 믿지만 지하드는 원래 ‘분투’ ‘애씀’이라는 뜻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쿠란에는 전쟁 행위에 대한 체계적인 가르침이 없고 지하드는 전쟁이 아니라 주로 비폭력적 저항과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바스 왕조 이후 무슬림이 공격적인 적들에 둘러싸이면서 지하드의 개념을 호전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됐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가 분석한 모든 경전의 공통된 주제는 자기를 버리고 감정을 이입해 타인을 동정하는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이웃 사랑’, 이슬람의 ‘자카트(자선)’, 유교의 ‘인(仁)’, 불교의 ‘자비’ 등은 이같은 정신의 표현이다. 경전들은 자비를 자신이 속한 집단은 물론 낯선 사람, 심지어 적에게까지 베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저자는 경전이 고정불변의 ‘최종적인 말씀’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전은 늘 진행 중인 작업으로, 변화하는 환경과 연결돼야 했고 그 과정에서 종종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적을 위해 경전을 이용하지 말고 우리가 변하기 위해 경전을 읽으라고 강조한다.

“경전의 목적은 독자나 청자의 이미 확고해진 믿음을 확인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주희가 제자들에게 말했듯이 자기 생각을 성스러운 텍스트에 집어넣는 것은 옳지 않았으며, 유행하는 교리적 가르침이 경전에 분명하게 밝혀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경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864쪽, 4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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