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특별전
절도범 꿈서 꾸짖은 일화 등 유명
선운사 창건 후 사찰 밖서 첫 전시
보물 11건 포함 총 157점 선봬
내소사 동종도 볼 기회…7월까지
20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선에 들고 구름에 눕다’에 도솔암 내원궁 금동지장보살좌상(왼쪽부터),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참당암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 들어서자 나란히 전시된 세 점의 지장보살상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전북 고창군 선운사 지장보궁에 모셔져 있던 금동지장보살좌상과 선운사의 암자인 참당암 지장전의 석조지장보살좌상,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의 금동지장보살좌상이다. 세 불상 모두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이다. 이들 불상이 사찰을 떠나 한 자리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과 선운사는 선운사 본사와 말사의 문화유산을 조망하는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선禪에 들고 구름에 눕다’를 7월 31일까지 박물관 본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고창 도솔산에 자리한 선운사는 577년 백제 위덕왕대 검단선사가 창건한 이후 전북 지역 불교 수행과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지장 신앙의 성지로 꼽히며 현재 조계종 제24교구 본사다.
전시에는 국보 1건, 보물 11건을 포함한 총 81건 157점의 성보(聖寶)가 모였다. 선운사 본·말사는 물론 송광사, 용문사, 불암사 등 각 사찰과 동국대 박물관·도서관, 호림박물관, 아모레퍼시픽박물관 등 여러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함께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의 백미는 선운사가 창건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지장보살상 세 점이다. 이들 불상은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에 만들어졌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있는 중생들을 모두 구제하기 전까지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한 보살이다. 지장보살상은 홀로 봉안된 사례가 드물어 불교조각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세 지장보살상은 머리에 화려한 보관 대신 두건을 쓰고 가슴에 정교한 영락(구슬 장신구)을 표현한 게 공통점이다. 하지만 각 불상이 뿜어내는 매력은 조금씩 다르다.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사실적으로 묘사된 두건과 다리 부분에 펼쳐진 가로 방향의 긴 주름선이 인상적이다. 도솔암 내원궁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체구가 가장 당당하고 이목구비가 장중하다. 화강암으로 만든 참당암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은 머리가 크고 어깨가 좁은 편으로 엄숙한 인상이 특징이다.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기적적으로 환수된 사연으로 유명하다. 도난 이후 절도범들의 꿈에 지장보살이 나타나 수시로 꾸짖었고 불상을 불법으로 구입한 소장자들도 병이 들거나 가세가 기우는 등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경찰에 자수하며 불상의 행방이 드러났고 도난 2년 만인 1938년 선운사 스님들이 일본 히로시마로 건너가 불상을 다시 모셔왔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은 “각기 다른 도량에서 중생의 고통을 굽어살피던 삼지장보살을 한 공간에 모신 것은 지극히 소중한 인연”이라며 “지장보살의 자애로운 미소는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선에 들고 구름에 눕다’에 국보인 내소사 동종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시는 국보인 내소사 동종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종을 매다는 고리에 역동적인 용의 형상이 조각돼 있고 중앙부에는 구름 위에 앉은 삼존상이 섬세하게 새겨진 내소사 동종은 고려 후기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내소사 수장고로 돌아가 일반 관람이 쉽지 않다.
불교중앙박물관은 6월에 선운사 문화유산의 가치를 소개하는 ‘불교문화강좌’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