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숫자의 마법?" 지방은 그대로, 빠진 건 1kg의 '물'
유도 선수들의 '수분 커팅'은 다이어트가 아니다
술 마신 상태에서 냉온욕' 흉내는 혈관 폭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만든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일요일 점심, 동네 목욕탕 사우나실 풍경은 늘 똑같다. 배가 제법 나온 중년 남성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들의 눈은 약속이라도 한 듯 벽에 걸린 모래시계를 향한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절대 나가지 않는다. 표정만 보면 올림픽 국가대표다.
그들의 머릿속엔 단 하나의 믿음이 있다.
"아! 지금 내 뱃살이, 지방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를 앙다물고 모래시계를 몇 번이나 뒤집으며 참고 또 참는다.
찬물을 끼얹어 미안하지만, 이는 착각일 수 있다. 물론, 체중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몸에서 흐르는 건 지방의 눈물이 아니다. 그저 내 몸의 소중한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는 '헛수고'의 증거일 뿐이다.
많은 아재들이 사우나 직후 체중계에 올라가 줄어든 숫자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 "역시 땀을 좀 빼야 개운해."
천만의 말씀. 우리가 그 뜨거운 방에서 뺀 1kg은 지방이 아니라 정확히 '물'이다. 목욕탕 문을 나서며 바나나 우유 하나를 들이키는 순간, 그 몸무게는 도루묵이 된다. 아니, 우유의 당분 때문에 지방은 오히려 더 적립된다.
취재 현장에서 본 격투기(UFC)나 복싱, 유도 선수들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이 경기 전 땀복을 입고 사우나에서 뒹구는 건 다이어트가 아니다. 계체량 통과를 위해 몸을 건어물처럼 짜내는 '수분 커팅(Weight Cutting)'이라는 극한의 작업이다.
진천에 있는 운동 선수들은 엄청난 운동량으로 체지방량이 극도로 낮아 웬만한 운동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분을 빼내서 계체량을 맞추는 것이다.
선수들은 이 과정을 '지옥'이라 부른다. 과거 유도 금메달 리스트 김재범은 "목욕탕 물을 마시고 싶었다.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라고 이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바 있다. 신장 기능이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선수 생명을 걸고 하는 행동이다. 올림픽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인생을 거는 것이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신년 훈련공개 행사에서 유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밧줄을 오르며 훈련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일반 직장인이 주말마다 제 돈 내고 이 가혹 행위를 자처한다.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건강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냉탕과 온탕의 무한 질주'다. "혈액순환에 좋다"며 펄펄 끓는 온탕과 얼음장 같은 냉탕을 롤러코스터 타듯 오가는 분들, 시작 전 내 몸상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라. 준비 안 된 몸엔 맹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토요일 밤 술 한잔 걸치고 아직 해독도 안 된 상태라면? 급격한 온도 변화는 혈관을 빨래 짜듯 쥐어짜 심장에 펀치를 날리는 격이다. 건강 챙기려다 일요일 오후에 구급차 타는 수가 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숙취 해소는 사우나가 아니라 '잠'과 '물'이 정답이고 말이다.
지방은 섭씨 70도의 사우나 열기로는 절대 녹지 않는다. 심박수가 터질 듯이 올라가는 유산소 운동으로 태워야만 비로소 에너지원으로 쓰여 사라진다. 가만히 앉아서 흘리는 땀은, 더운 여름날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과 성분이 똑같다. 운동 효과? '제로'다.
일요일 오후, 사우나에 갔다면 즐겁게 적당히 뭉친 근육을 풀고 오자.
그리고 나온 뒤 물을 많이 마시자. 좋은 기분을 위한 적당한 냉온탕욕은 OK. 하지만 술을 마시고 해독이 안된 상태에서 냉탕, 온탕 다이빙은 절대 하지 말자.
기억하자. 우리의 뱃살은 뜨거운 불가마가 아니라, 숨이 턱턱 막히는 운동장 트랙 위에서만 비로소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