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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수의 요지경 日本] 무사도로 미화된 죽음… 소년들 군국주의 희생양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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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카미카제와 카이텐

"국가를 위해 생명이란 필요 없지"

투신 선동한 잡지 '소년구락부'

대동아전쟁의 특공대원 길러내

지지율 70% 넘는 다카이치정부

그 시절을 다시 부르는것 아닐까

대동아전쟁 당시 '카이텐'이라고 불린 특수잠항정. 위키백과

세상의 애니메이션계를 제패한 일본 문화의 위력은 대동아전쟁 동안 특공대의 무기였던 '카미카제'(神風)와 '카이텐'(回天)에서도 발휘됐다. 전자는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이 폭탄을 싣고 공중에서 적함으로 돌진했고, 후자는 대원 한 명과 초소형 잠항정이 동일체가 되어 해상에서 미군 함정에 돌격했다. 이른바 '타이아타리', 몸이 폭탄과 일체가 되어 투신했던 일본식 공격 전술이었다. 물건과 사람의 경계가 없는 신앙과 사상에서 발상 가능한 전투방식이다. 출격 전에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면서 축배를 들었던 특공대원들은 군신(軍神)으로 추앙되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감동하는 한국인들은 야스쿠니의 군신들을 용납하지 못한다. 한 뿌리의 일본 문화가 보여준 다른 면의 행동 결과들이다. 한 사람의 오른손은 좋아하면서, 왼손을 싫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 손은 한 두뇌의 명령과 마음에 의해서 조절되건만,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의 두 머리처럼, 엇갈린 애(愛)와 증(憎)의 상충을 어이 하란 말인가.

소년들을 자살특공대로 내몰았던 '소년구락부'의 만화 '맹견연대 노라쿠로 일등병'(1932년)

■'마법'에 걸린 일본의 두 얼굴

이즈반도 누마즈시의 도쿄대학 헤다료(戶田寮)에서 2004년 7월 아내와 함께 며칠간 휴가를 보낸 적이 있다. 발걸음을 따라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낡은 이층 목조였고, 그곳에 보관된 '위령탑유래기'라는 탁본 한 장을 읽었다. 대동아전쟁 말기인 1944년 3월 아이치현의 제이오카자키 해군항공대 제8기생 750명에게 본토결전 준비를 위한 특공부대의 밀명이 하달됐고, 수심 깊은 수루가만에 위치한 헤다촌에서 '특수잠항정=인간어뢰해룡' 기지의 건설과 훈련을 시켰다. 훈련생들은 10대의 소년들이었고, 그곳으로부터 여러 특공기지로 전속됐다. 비문의 상단에 음각된 선체에 '해룡'(海龍)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특수잠항정 모습이었다. 그 비문을 작성한 사람은 그곳에서 특공훈련을 받았던 야마다 사부로였으며, 비문 작성 당시(1975년 11월) 그는 헤다촌장이었다. 비문의 실물을 찾을 수는 없었다. 1940년 도호영화사가 제작한 '해군폭격대'라는 문부성 추천의 영화는 특공대 출현의 서막을 알리는 전쟁 선동의 내용이었다.

1960~1970년대 한국과도 인연이 깊었던 작가 시바 료타로의 사후 공개된 '시바 료타로가 말하는 일본'(주간아사히 4276호, 1998년 8월 10일자)에서, '마법'(魔法)이란 단어를 사용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대상이 군국주의였다. 대동아전쟁기 일본 사회는 마법에 걸린 상태였다는 얘기인데, 전후 고도성장기의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일본 사회는 그 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시바의 마법도 일본 문화의 일면이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가미다나' 앞에서 "땡" 종을 울리고 두 손으로 합장 공양하면서 사령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손님이 가지고 온 과자 선물도 가미다나에 공양한다. 1년에 한 번 방문하는 조상 귀신들을 위한 '오봉' 영접과 환송의 마쓰리도 있고,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동네마다 조직된 '우지코'(氏子)들의 모임은 지역의 신사로 집중되는 여름 마쓰리로 작열한다. 아이치현 오쿠미카와의 산촌에서는 7년에 한 번 방문하는 귀신들도 있다. 시바의 말을 빌리면, 마법에 걸린 상태가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항상 마법에 걸려 있는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물건과 사람의 경계도 없고, 생사 경계도 모호한 일본열도에서 빗자루들이 인형들과 함께 야밤에 행진한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외부인 입장에서 보면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강약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아이누 연구자였던 오누키 에미코의 '특공대일기와 사쿠라'가 '미학의 군사화와 내셔널리즘'이란 부제를 달고 특공대에 관한 상징 분석의 완결편을 제시했다. 1945년 대동아전쟁 패전부터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까지 '아메리카 천황'(맥아더의 별칭)에 의해 점령됐던 기간을 제외한 일본 통사가 송두리째 마법에 걸려 있었다. 나는 시바 료타로가 사용한 '마법'이란 단어의 의미에는 동의하면서도, 그의 적용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학적 감성의 울림에는 성공한 단어 채택이었는지는 몰라도 과학적 상징에는 실패한 적용이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사람은 본래 한 번 죽는다. 어떤 죽음은 태산(泰山)보다 무겁지만, 어떤 죽음은 홍모(鴻毛)보다 가볍다.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이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죽음이라는 인간의 현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 관직에서 물러나는 자신의 처신에 관한 설명이다. 이것을 부분적으로만 인용한 '하가쿠레'(葉隱, 1716년)는 군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인간의 죽음을 디자인했고, 한걸음 더 나아간 20세기의 군국주의자들은 병사들에게 천황을 위한 옥쇄(집단자결)와 자살특공 교육을 유도했다. 사상 무장이 교육의 기본이었던 군국주의 시대의 특징을 감안하면 근대화 시대 일본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니토베 이나조의 영문 저술 '무사도'(1900년)와 '일본혼이 곧 무사도'라고 주장했던 동양사학자 시라토리 구라키치도 반인본적 기민 사상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고단샤의 월간잡지 '소년구락부'는 구체적인 실천강령의 역할을 했으며, 그 잡지에 게재됐던 다가와 수이호의 연재만화 '노라쿠로 일등병'에 주목한다. 철조망으로 막힌 적진 앞에서 병졸 세 명이 연대장에게 결사대 되기를 자청했고, 연대장은 폭탄을 지고 철조망을 돌파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도화선에 점화된 폭탄을 등에 진 세 명이 철조망 아래를 통과하면서 "국가를 위해서, 생명이란 필요 없지"라고 중얼거리고, 이어서 폭사하는 장면이다. 죽음을 깃털보다 가벼이 여기는 장면을 무사도라는 이름으로 미화하는 목적이었다. 1931년 9월 18일 관동군 획책의 만주사변으로 전쟁 서막에 시동을 걸었던 당시, '소년구락부'는 온통 전쟁 선동의 글과 그림과 표어로 가득하게 편집된 잡지였다. 이러한 대중만화를 읽고 자랐던 소년들이 10년 뒤 특공대원으로서 카미카제, 카이텐과 함께 산화했던 사실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다.

■다카이치 내각, 카미카제 어게인?

'하가쿠레'는 야마모토 쓰네토모가 만든 무사도에 관한 필사본으로, 일제의 파시즘이 발흥하는 1930년대 재발견돼 무사도를 대표하는 서적으로 교육되었다. 신국 일본의 정신통일로 현대 미국의 과학무기를 이긴다고! 그런데 그 책이 '일등국가 일본' 신화의 붐을 타고 일본문학 전공의 미국인 윌리엄 윌슨에 의해 'Hagakure: The Book of the Samurai'(1979년)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고, 이것을 대본으로 하여 또 다른 미국인 마이클 윌슨은 2011년 코믹 만화판을 간행했다. 후자는 그 의도와 과정이 그야말로 코믹이었을 텐데, 일본 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만화상(2016년)을 받았단다. 코믹의 가면을 쓴 비극이 진정한 비극이다. 일본인이 골판지로 만든 드론의 이름이 'Air Kamuy'란 뉴스가 떴다. '카무이'는 아이누어로 신이다. 카미카제 어게인? 시바 료타로가 지적했던 마법은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70%를 넘으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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