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여성 16만명 추적, 가임기간 40년 이상 위험 27% 낮아
연구를 주도한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유진 교수, 숭실대학교 한경도 교수(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2형 당뇨병을 가진 여성에서 초경부터 폐경까지 가임기간이 길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인지 기능 보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 교수 연구팀은 숭실대학교 한경도 교수 연구팀과 함께 2형 당뇨병 여성에서 생식 요인과 치매 위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가임기간이 길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아졌다고 6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Diabetes Car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형 당뇨병을 가진 폐경 여성 159751명을 평균 8.3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추적 기간 동안 총 24218건의 치매가 발생했으며, 이 중 알츠하이머병이 18819건, 혈관성 치매가 2743건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초경 연령이 빠르고 폐경 연령이 늦을수록 치매 위험이 낮았다. 특히 초경부터 폐경까지 가임기간이 40년 이상인 여성은 30년 미만인 여성에 비해 전체 치매 위험이 최대 27%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호르몬 대체요법을 5년 이상 시행한 경우 치매 위험이 17%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대표적 노인성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는 현재 약 5500만명 이상이며 2050년에는 1억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로 약 10명 중 1명 수준이며, 여성 환자 비중이 58.8%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역시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은 치매 위험을 약 1.7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2형 당뇨병 여성에서 가임기간, 출산력, 수유 이력, 호르몬 치료 등 생식 관련 요인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전국 단위 코호트와 장기 추적 데이터를 활용해 당뇨 여성에서 생식 요인과 치매 위험 간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국내 최대 규모 연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1저자인 유진 교수는 “당뇨병 여성에서 단순히 혈당 조절뿐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여성호르몬 노출 이력이 인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가임기간, 출산력, 수유 이력, 호르몬 치료 등 생식 요인이 장기적인 뇌 건강과 연결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승환 교수는 “치매 예방 전략 수립 시 전통적인 대사 위험인자뿐 아니라 여성의 생식 이력까지 함께 고려하는 정밀 위험 평가가 필요하다”며 “향후 호르몬 농도, 당뇨병 중증도, 신경영상 자료 등을 포함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