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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유류할증료 역대 최대 폭 상승
가족여행객 부담 커져
1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여행사 카운터에서 여행객들이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다. 4월 유류할증료가 최대 3배 이상 오르면서다. 인파가 몰리는 성수기를 피해 6월 말 이른 휴가를 계획했다는 이 씨는 "가족 간 일정 조율 때문에 유류할증료가 오르기 전인 이달 중 예약은 어려울 것 같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 국내 여행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여행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항공료 부담이 커지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이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 장거리 수요가 단거리로, 나아가 국내 여행으로 이동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4월1일 발권분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최대 3배 이상 인상한다. 대한항공은 구간에 따라 편도 기준 4만2000원~30만3000원, 아시아나항공은 4만3900원~25만19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전월 대비 최대 할증료 인상률은 대한항공 약 206%, 아시아나항공 220%다.
유류할증료가 급등한 것은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MOPS)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4월 발권 기준 부과 단계는 한 달 만에 6단계에서 18단계로 12단계 뛰었다. 2016년 현행 부과 체계 도입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실제 부담은 가족 단위일수록 크다. 국내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노선의 경우, 오사카·도쿄 등 주요 도시가 속하는 구간 유류할증료는 아시아나항공 기준 3월 2만400원에서 4월 6만5900원으로 올랐다. 4인 왕복 기준 52만7200원을 내야 한다. 전월 기준으로 하면 16만3200원으로 약 3.2배 오른 셈이다. 미국 동부 노선은 부담이 더 크다. 대한항공 기준 4인 가족 왕복 발권 시 유류할증료가 242만4000원에 달한다.
항공료 인상이 장기화할 경우 여행 수요 자체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미국·유럽 등 장거리 여행 수요가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두투어에 따르면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 예약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수요 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중동 사태 이후 기존 장거리 예약이 단거리로 전환되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최근 신규 예약 추이를 보면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 비중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 반사 수요를 두고는 기대와 회의론이 엇갈린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3월(6600원) 대비 1100원 오른 7700원에 그쳐 국제선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만큼, 비용에 민감한 가족 여행객을 중심으로 제주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4인 가족 기준으로 따지면 일본 왕복만 해도 유류할증료 부담이 전달 대비 36만원 이상 늘어나지만, 제주 왕복은 추가 부담이 8800원에 불과하다. 항공료 차이가 좁혀지는 만큼 소비자 체감 가격 경쟁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반면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해외 노선은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이 구간 여행자들이 굳이 제주로 발길을 돌릴 유인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전반의 비용이 오른 것은 맞지만, 일본·중화권·동남아처럼 단거리 노선은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대체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여행 수혜 여부는 유류할증료 인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된다면 수요 재편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제주를 비롯한 국내 여행지가 실질적인 대체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인상에도 단거리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등 지금은 관망세가 강하지만, 여름 성수기가 다가올수록 소비자 선택이 확연히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