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 볼보 XC90
에어 서스펜션이 빚어낸 승차감
가족 위한 '이동식 거실'로 완벽
한국형 디지털 인테리어 돋보여
볼보 XC90. 볼보코리아 제공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자 2.1t에 달하는 거구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특유의 묵직하고 둔탁한 승차감 대신 마치 잘 길들여진 세단처럼 매끄럽고 가볍게 도로 위를 미끄러져 나갔다. 볼보의 플래그십 SUV XC90을 타고 도심과 외곽 도로를 달린 뒤 받은 첫인상이다.
시승 내내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승차감이었다. 보통 이 정도 크기의 SUV는 노면의 충격을 하체가 묵직하게 받아내기 마련이지만 XC90은 달랐다. 시승 차량인 울트라 트림에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섀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초당 500회씩 도로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감쇠력을 조절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고속 주행 시에는 차고를 스스로 낮춰 안정감을 더하면서도 노면의 잔진동은 시트 밑에서 마법처럼 사라졌다. SUV의 실용성을 갖췄으면서도 주행 질감은 고급 쇼퍼드리븐 세단을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볼보코리아 제공
실내 공간은 쾌적함 그 자체였다. 2984㎜의 휠베이스가 뽑아내는 공간감은 3열까지 사람을 태워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단순히 넓기만 한 게 아니라 실내 곳곳에 적용된 천연 나파 가죽과 따뜻한 느낌의 우드 데코는 마치 북유럽의 잘 꾸며진 거실에 앉아 있는 듯한 안락함을 줬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 시스템은 신뢰감을 주는 요소였다. 초미세먼지를 최대 95%까지 차단한다는 설명답게 정체 구간의 매연 속에서도 실내 공기는 시종일관 상쾌함을 유지했다. 여기에 19개의 스피커로 무장한 바워스&윌킨스(B&W) 사운드 시스템은 정숙한 실내를 콘서트홀로 바꿔놓으며 장거리 주행의 지루함을 씻어냈다.
디지털 편의성도 훌륭했다. 픽셀 밀도를 높여 더욱 선명해진 11.2인치 고해상도 센터 디스플레이는 운전 중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뿌려줬다. 티맵 모빌리티와 공동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별도의 스마트폰 연결 없이도 완벽한 길 안내를 제공했고, 새롭게 탑재된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덕분에 정차 중에는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시승을 마친 뒤 바라본 XC90은 화려한 기술 과시보다는 '사람'과 '가족'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가격은 B6 Plus 8820만원부터 시작하고 최상위 모델인 T8 Ultra는 1억16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