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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 목줄까지 서슴없이 조른다…무소불위 미국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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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피시먼 지음,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이란 본토와 클래런스 해협을 사이에 둔 케슘섬 일대 항공 사진. 호르무즈해협 인근 전략 요충지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라는 굴레를 씌웠다.

보스포루스해협에는 갈 곳 잃은 유조선들이 거대한 정체를 이뤘다. 지리적 요충지이자 경제적 급소인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 Point)’를 둘러싼 이 풍경들은 현대 전쟁의 본질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에서 경제 제재 전략을 직접 설계했던 에드워드 피시먼의 신간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원제: Choke Point)는 지난 20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미사일'에서 '경제 무기'로 이동했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 기록이다.

저자는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전파했던 ‘세계화’라는 복음이 어떻게 종언을 고했는지에 주목한다. 자유무역과 상호의존이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으로 판명됐다. 대신 미국은 상호의존성 그 자체를 무기화하기 시작했다. 상대국이 미국 주도의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급소'를 찾아내 그 연결권을 박탈하는 전략이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 결제망에서 축출하고, 러시아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차단해 전쟁 자금줄을 말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을 통제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지경학적 공세로까지 진화했다.

책은 이 과정을 네 가지 결정적 국면으로 나누어 살핀다. 이란 핵협정,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저자는 이 시기를 ‘경제전쟁의 시대’로 정의한다. 과거에는 적국의 경제를 파괴하기 위해 항구를 봉쇄하고 도시에 폭탄을 투하해야 했으나, 이제는 워싱턴에서 발표하는 단 한 줄의 성명과 클릭 한 번으로 특정 국가의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초크포인트’는 특정 길목이 막히면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취약지점을 뜻한다. 과거에는 호르무즈해협 같은 지리적 공간이 그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의 초크포인트는 국제 금융의 기축통화인 ‘달러’, 전 세계 자금 이동을 관장하는 ‘은행 네트워크’, 그리고 디지털 경제의 쌀인 ‘반도체 지식재산권’ 등으로 확장됐다.

저자는 미국이 이러한 보이지 않는 급소를 어떻게 장악하고 활용했는지 내부자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증언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과 맞물려 그가 분석하는 ‘트럼프식 경제전쟁’은 국내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무기를 단순히 상대의 행동을 바꾸는 일시적 수단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영구적으로 재편하는 도구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 칼날은 적대국뿐만 아니라 한국, 유럽 등 동맹국을 향해서도 가차 없이 휘둘러진다.

트럼프식 경제전쟁의 세 가지 특징도 짚어낸다. 첫째, 금융과 기술력보다는 '관세'라는 무기를 통해 미국 무역의 역할을 강제한다는 점이다. 둘째, 동맹국조차 타격 범위에 넣는 무차별성이다. 셋째, 경제 제재를 일시적 압박이 아닌 '영구적 구조 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알던 기존의 국제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경제전쟁의 지휘관이 장군이 아닌 변호사와 경제학자이며, 보병은 기업 경영자들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이윤을 쫓지만, 결국 워싱턴이 설정한 ‘경제적 철의 장막’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과정에서 시장 원리는 퇴조하고 국가 권력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경제전쟁에 관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추천했듯,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2026년 이란 침공 시나리오 등 근미래의 갈등까지 아우르며 독자들에게 묻는다. “국가는 진정 무엇으로 싸우는가. 그 싸움의 전장이 된 세계 경제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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