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즈 넛츠 치킨 디너 레스토랑을 가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했는데, 치킨 맛과 레스토랑 대기공간에 대한 유쾌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글로벌 테마파크로 거듭난 곳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넛츠베리팜
이다. 이곳의 역사이자 시그니처 다이닝 경험은 1934년 오픈한 '미시즈 넛츠 치킨 디너 레스토랑'인데, 코델리아 넛
여사의 프라이드치킨 레시피가 맛의 비결이자 오늘날 넛츠베리팜이 존재하는 이유다.
코델리아 여사의 혼례 식기류. ⓒ류재도
1923년부터 농장에서 재배한 베리 상품을 도로변에서 팔기 시작한 넛츠베리팜은 훗날 작은 티룸도 운영하기 시작한다. 정원 8명으로 시작한 티룸에서는 코델리아 여사의 솜씨로 만든 베리파이 등을 팔았는데, 그녀의 가정식 먹거리는 꽤 인기가 있었다. 1934년 어느 초여름 날 저녁, 티룸과 연결된 농장 집 주방에서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어 자신의 혼례 식기류에 담아 테스트로 서빙을 해봤는데 결과가 성공적이었다. 이듬해 티룸은 정원이 40명 규모로 커졌고, 1936년에는 70명, 39년에는 무려 600명으로 확장하게 된다. 입소문을 탄 치킨 디너를 맛보기 위해 늘어선 줄의 대기시간은 서너 시간에 이르렀고, 이때 넛츠베리팜 역사에 큰 변곡점이 찾아온다.
1944년 치킨디너를 위해 늘어선 줄. ⓒ류재도
코델리아 여사의 남편이자 농장주 월터 넛
은 대기공간에서 지루해하는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를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1940년부터는 서부 개척시대 마을을 재현한 '고스트 타운 빌리지' 건설을 시작했는데, 오늘날 넛츠베리팜 테마파크의 핵심 테마구역이 된 곳이다. 월터는 유년 시절을 보낸 캘리코 은광촌에 대한 추억과 서부 개척 역사에 대한 관심, 무엇보다 부인 코델리아와 함께 넛츠베리팜을 일구기까지 살아온 개척자의 삶을 에듀테인먼트로 풀고자 했다. 단순히 레스토랑이 잘 돼서 만든 곳이 아니라 평소에 꿈꾸던 공간이었기 때문에, 당대 최고의 대기업으로 부상하던 포드 자동차 그린필드 빌리지 박물관 관람객 수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레스토랑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하라는 투자자들의 제안도 있었지만 넛츠베리팜이 추구하는 가치와 결이 달랐기에, 사업 확장의 방향은 농장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대공황 극복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힘든 시절 속에서도 맛있는 치킨 디너와 고스트 타운의 즐거움은 사람들에게 삶의 위로가 되는 역할에 충실했다. 2차대전 직후 1946년에는 한 해 동안 100만 서빙 돌파라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지역에서 사랑받는 외식 경험으로 자리잡았다.
미시즈 넛츠 페이머스 프라이드치킨. ⓒ류재도
오늘날에도 독보적인 시그니처 메뉴는 '미시즈 넛츠 페이머스 프라이드치킨'이다. 가정식 레시피가 그대로 전수된 치킨도 일품이고, 애피타이저와 사이드, 디저트까지 초창기 메뉴 구성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넛츠의 대표 개량품종인 보이즌베리
잼을 발라먹는 쫀득 바삭한 비스킷은 직관적으로 팔레트를 열어준다. 샐러드에 보이즌베리 드레싱을 곁들이면 싱그러움이 더해지고, 노릇한 스위트콘은 미끈한 버터 질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이드 디시다.
깬 감자 둥지 속에 그레이비소스가 안착된 메인 디시에 주인공 프라이드치킨이 있다. 넛츠의 막내딸이 추천한 바에 따르면, 닭 가슴살, 허벅지살, 닭 다리 순서대로 손으로 먹는 게 핵심 포인트란다. 손끝에 닿는 순간 얇은 튀김옷의 감촉에서 느껴지는 바삭함, 베어 물때 물컹한 수분감, 씹을 때 기름진 질감이 빠지고 느껴지는 담백한 살코기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다. 보이즌베리 파이 디저트로 팔레트를 클렌징하고 나면, 치킨 디너 미식 경험이 완성된다.
넛츠베리팜의 초창기 역사를 담은 유물 전시. ⓒ류재도
넛츠베리팜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오리지널 디즈니랜드가 있다. 세계 최초로 테마파크라는 개념을 정의한 곳은 디즈니랜드지만, 이보다 15년 앞서 만들어진 고스트 타운 테마 공간은 디즈니랜드 발전에도 영감을 주면서 오늘날 테마파크 산업의 기틀을 다지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척박한 농지 개척의 삶 속에서 피어난 치킨 디너는 소박하지만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마력이 있었다. 입속으로부터 퍼지는 맛있는 웃음, 이를 기다리며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넛츠베리팜의 탄생 이야기는 음식과 즐거움의 상관관계를 곱씹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