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환율 등 요인 설명에도 "소비자 납득 어려워"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사진=한경DB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 수천억원씩 벌어들이면서도 몇 달 간격으로 훌쩍 뛴 가격표를 다시 붙이는 'N차 인상'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 론진, 반클리프 아펠, 티파니앤코, 롤렉스,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국내 판매가를 연달아 인상했다. 특히 샤넬과 반클리프 아펠은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 이상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일부 품목 가격을 먼저 조정한 뒤 시장 반발이 크지 않으면 다른 제품군으로 인상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론진은 지난 1일부터 돌체비타, 레전드 다이버, 콘퀘스트, 하이드로콘퀘스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소 20만원 이상 인상했다. 대표 인기 모델 '미니 돌체비타'는 30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레전드 다이버 39'는 530만원에서 560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6월 전 제품 가격을 약 5% 올린 데 이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도 예외가 아니다. 샤넬코리아는 최근 '샤넬 25' 핸드백 가격을 약 3% 인상했다. 2025년 봄 시즌 900만원대에 출시된 이 제품은 같은해 11월 가격이 오른 데 이어 재차 인상해 1000만원을 넘어섰다. 샤넬은 앞서 올 1월에도 클래식 플랩백과 보이 샤넬 등 주요 핸드백 가격을 약 7%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다른 핵심 품목 가격도 추가 조정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 역시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약 6% 올린 데 이어 지난달에도 일부 제품 가격을 2~5%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는 525만원에서 535만원으로 올랐다. 티파니앤코도 2월 주요 제품 가격을 7~15% 인상했고, 롤렉스와 에르메스 또한 연초 국내 가격을 각각 5~6%, 2~7% 올렸다. 불가리와 쇼메는 오는 20일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이 예정됐으며 까르띠에는 다음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클리프 아펠의 스프링 이즈 블루밍. 사진=리치몬트
명품업계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환율 등을 가격 인상 배경으로 설명했다. 중동발 불안으로 산업 전반의 운임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그 이전부터 가격 인상을 이어오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조130억원, 영업이익은 3360억원으로 각각 전년(2024년) 대비 9%, 25% 증가했다.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코리아도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회계연도 기준 매출 1조7952억원, 영업이익 13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 안팎의 상승 폭을 보였다.
명품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봄 정기세일 기간 해외 시계·주얼리 매출은 전년 대비 55%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럭셔리 주얼리 매출이 101.6%, 럭셔리 워치는 44.9%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시계·주얼리 매출이 56.3% 증가했다. 원가 압박을 버티지 못해 가격을 올리는 국면이라기보다, 수요가 버텨주는 시장에서 인상분을 그대로 흡수시키는 구조로 풀이된다.
명품업체들이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방편으로 수차례 가격 인상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의 가격 인상 빈도와 폭은 단순한 비용 전가로만 보기 어렵다. 짧은 주기로 가격을 반복 인상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배짱 영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