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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천재 피코, 언어에 담긴 신비의 힘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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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문법>

에드워드 윌슨-리 저

Serie Gioviana. Cristofano dell'Altissimo, Ritratto di Pico della Mirandola, circa 1552-1568.). 위키피디아

1486년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스물넷의 나이에 피렌체에 입성해 대담한 제안을 내놓는다. 종교와 철학, 자연철학을 아우르는 900개의 논제를 제시하고 누구든 상대가 될 수 있는 공개 토론을 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가 준비한 주제는 바다가 짠 이유에서부터 비만의 원인까지 당대의 지식을 망라했다. 이 토론을 위해 집필한 연설문이 훗날 ‘르네상스 선언문’으로 불리게 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하여>다. 서로 다른 학문과 전통을 끌어들여 지식을 확장하겠다는 기획 자체가 르네상스적이었다.

에드워드 윌슨-리는 신작 <천사들의 문법>에서 피코의 생애를 따라가며 지식에 대한 갈망이 폭발했던 르네상스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피코는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셈어, 에티오피아의 그즈으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히며 당대의 거의 모든 지식 전통을 넘나들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스 같은 유럽의 전통 철학에서부터 당시 이방의 새로운 사상이었던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의 아랍 철학 등을 통합하는 ‘보편 진리’를 추구했다. 르네상스 특유의 지적 흥분과 확장 욕망이 그의 사유에 응축된 셈이다. 피코의 탐구를 따라가다 보면 당대의 철학과 상충하는 주장들, 그에 따르는 의문을 깊이 있게 살펴보게 된다.

피코가 특히 주목한 것은 언어에 담긴 신비로운 힘이었다. 그는 개별 대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언어의 힘이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 리듬을 반복하며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의 존재가 하나의 예다.

피코는 사람의 넋을 홀리고 의지를 조종할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다고 봤다. 언어의 신비로운 힘은 개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나'를 '우리'로 묶어내는 작용을 한다. 피코는 이 힘이 인간을 천사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이 같은 결론이 당대 질서와 충돌했다는 점이다. 천사의 형상으로까지 변할 수 있다고 한 그의 주장은 당시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각자의 경계가 흐릿해진다는 그의 주장은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사후 세계에서 책임을 지는 개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았다. 피코의 저서는 교황청이 전면 금지한 최초의 인쇄 서적이 된다. 피코는 1494년 피렌체 근교에서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독살설도 있다.

피코가 죽은 지 수 세기가 지난 뒤 유럽인들은 언어의 송구함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발견한다. 프랑스 여행가 장 드 레리는 브라질에서 투피남바족 의례를 관찰한다. 그들이 부루는 노래의 운율과 반복 때문에 듣고 있던 사람들은 황홀경에 빠졌다. 그는 “그때의 노랫소리를 떠올릴 때마다 나의 심장이 떨린다”고 남겼다. 그러나 근대 이후 이성 중심의 세계관은 이러한 경험을 ‘원시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것으로 밀어냈다. 피코가 상상했던 언어의 가능성은 근대 이후 더 강하게 배제된 셈이다.

저자는 피코의 주장을 단순한 망상이나 미신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현대사는 마틴 루서 킹부터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이 연설로 청중을 사로잡았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 너머를 바라보는 통로로서 언어의 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황홀한 경험’으로 만들어진 집합체가 단기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집합체보다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황홀한 경험을 원시적 망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집단적 미래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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