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온라인에서 한 초밥 뷔페에 붙은 안내문이 화제가 됐다. "간장게장과 새우장을 먹는 이용객은 감, 귤, 참외 섭취를 삼가 달라"는 내용이다.
이유로는 "궁합이 안 맞는 음식으로 장염, 심하면 식중독까지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간장게장을 먹을 때 위 과일들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한의학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꽤 주의해야 할 조합이다. 특히 감은 예로부터 게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대표적인 상극 음식으로 꼽힌다.
단순히 두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건강한 사람이 즉사하거나 치명적인 증상을 겪을 확률은 작다. 상극 궁합 자체보다 게장의 신선도와 개인의 소화 능력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장게장과 감의 상극 조합은 조선 왕조의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경종의 사인을 둘러싸고 '게장·생감'에 얽힌 비화가 담겨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조선 제20대 왕 경종의 사인은 한국사에서 손꼽히는 미스터리 중 하나다. 즉위 기간 내내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던 경종은 1724년 8월, 게장과 생감을 먹은 뒤 심한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증세가 악화되어 며칠 만에 승하했다.
경종의 죽음 뒤에는 항상 그의 동생이자 후계자였던 연잉군(훗날의 영조)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따라다녔다. 당시 한방에서는 게장과 생감을 같이 먹는 것을 '상극'으로 보아 금기시했는데 연잉군이 형을 위해 이 음식들을 직접 올렸다는 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간장게장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은 과일로는 감이 꼽히는데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이 게의 풍부한 단백질과 만나면 소화되지 않는 딱딱한 덩어리를 만들어 소화불량, 복통, 구토 및 식중독 위험을 높인다.
또한, 게는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식품인데 탄닌이 소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면 세균 번식이 쉬워져 식중독 위험이 커진다.
한 초밥 뷔페에 붙은 경고문. 게장을 먹은 후 감, 귤, 참외 등을 섭취하지 말라고 설명하고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귤 역시 게와는 상성이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
귤의 강한 산성 성분은 위액 분비를 촉진하는데, 단백질이 많은 게와 함께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위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외도 귤과 비슷한 이유로 피하는 것이 좋다.
참외는 과일 중에서도 성질이 매우 차기 때문에 똑같이 찬 성분인 게와 만나면 배가 차가워지면서 설사를 유발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간장게장을 먹은 뒤에는 감, 귤, 참외처럼 찬 성질이 강하거나 탄닌이 많은 과일은 피하고 대신 소화를 돕고 살균 작용하는 매실차 또는 성질이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이처럼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중에는 맛은 잘 어울리지만, 영양학적으로는 서로의 효능을 깎아 먹거나 소화를 방해하는 '상극'인 조합이 있다. 대표적인 상극 음식은 다음과 같다.
◇ 토마토 + 설탕
가장 흔하게 먹는 조합이지만 영양학적으로는 아쉬운 만남이다. 설탕이 토마토에 풍부한 비타민 B를 분해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토마토 본연의 비타민 흡수율이 크게 떨어진다. 설탕 대신 약간의 소금을 치거나,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 먹으면 영양 흡수에 훨씬 좋다.
◇ 시금치 + 두부
건강식의 대명사지만 함께 먹으면 주의가 필요하다. 시금치의 옥살산 성분이 두부의 칼슘과 결합하면 '수산칼슘'이라는 결석을 형성하는데, 이는 몸속에서 결석(돌)을 유발할 수 있다. 시금치를 데칠 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옥살산 수치를 낮출 수 있어 그나마 안전하다. 하지만 매일 엄청난 양의 생시금치와 두부를 먹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 오이 + 당근
색감이 예뻐 김밥이나 샐러드에 자주 들어가지만, 당근에 들어 있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효소가 오이의 비타민 C를 파괴한다고 알려졌다. 조리 시 식초를 살짝 첨가하면 효소의 활성을 막아 비타민 C 파괴를 줄일 수 있다.
◇ 빵 + 오렌지 주스
주스의 산성 성분이 빵의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인 프티알린의 작용을 방해해 소화 속도를 늦추고 배를 더부룩하게 만들 수 있다. 빵은 주스보다는 우유 또는 따뜻한 차와 함께 먹는 것이 소화에 이롭다.
◇ 장어 + 복숭아
보양식인 장어를 먹고 후식으로 복숭아를 섭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장어의 지방 성분이 소화되는 동안 복숭아의 유기산이 장을 자극해 설사를 유발할 확률이 매우 높다. 장어를 먹은 후에는 생강차 또는 매실차가 궁합에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