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올 뉴 5008 GT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승
10년 만의 풀체인지로 상품성 강화
1.2L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 탑재
7인승 패밀리카에 3기통 아쉬워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사진=신용현 기자
국내 중형 패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은 사실상 두세 개 모델이 장악하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몇몇 차종이 확실히 자리잡은 것이지만 그만큼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장이란 얘기도 되는데, 푸조가 10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시승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출발해 시화나래휴게소까지 도심과 고속도로를 포함한 약 170km 구간을 직접 달리며 진행했다.
이 차의 가격은 알뤼르 트림 기준 4814만원(개별소비세 인하 적용). 패밀리카로서 이 선택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지 따져봤다. 연간 2만km, 휘발유 L당 2000원 기준으로 5년 유류비를 단순 계산하면 약 1504만원이다. 여기에 자동차세를 더해야 한다. 배기량 1199cc는 1001~1600cc 구간에 해당해 cc당 140원이 적용된다. 지방교육세 30%를 합산하면 연간 자동차세는 약 21만8000원, 5년이면 약 109만원이다. 유류비와 자동차세를 합산한 5년 유지비는 약 1613만원으로 구매가 4814만원을 더하면 5년간 총보유 비용은 약 6427만원이 된다.
2000cc급 SUV와 비교하면 자동차세 절감 효과가 뚜렷하다. 2000cc 기준 연간 자동차세는 약 52만원으로 5008과의 차이는 연간 약 30만원, 5년 누적으로는 약 151만원에 달한다. 저배기량 선택이 단순한 연비 이점을 넘어 세금 부담까지 줄여주는 셈이다. 2종 저공해차 인증으로 공영주차장 할인과 혼잡통행료 감면 혜택도 적용된다. 다자녀 가구는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유류비는 공인연비(13.3km/L) 기준 단순 계산한 것으로 실제 연비는 운전 습관과 도로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신형 5008은 3세대 모델로 2016년 출시된 2세대 이후 약 10년 만의 완전변경이다. 뼈대는 스텔란티스의 차세대 플랫폼 '스텔라(STLA) 미디엄'으로 지난해 출시된 3008과 공유한다. 전장 4810mm, 휠베이스 2900mm로 플랫폼이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늘렸다.
기아 쏘렌토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는 5mm 짧지만 휠베이스는 85mm 길다. 휠베이스가 길수록 앞뒤 바퀴 사이의 실내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를 낸다.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2열은 실용적이다. 독립적 3개 시트 구조를 적용해 각 좌석이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40:20:40 폴딩이 가능하다. ISOFIX를 지원해 카시트도 최대 2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열선 시트, 선쉐이드, 실내 공기질 모니터링까지 갖췄다.
3열은 다르다. 성인이 장거리를 버티기엔 좁고 7인 탑승은 비상시 용도로 봐야 한다. 트렁크가 더 현실적인 문제다. 유아차와 캐리어를 함께 싣는 나들이를 할 때는 3열을 반드시 접어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3열 폴딩 시 916L, 2열까지 접으면 2232L로 용량 자체는 충분하지만 그 순간 7인승의 의미가 사라진다. 7인승 패밀리카를 기대한다면 평소 5인승으로 쓰면서 필요 시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현실적이다.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신형 5008의 심장은 직렬 3기통 1.2L 가솔린 엔진이다. 여기에 48V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내장한 e-DCS6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더해 차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단순 냉난방이나 엔진 보조 역할에 머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달리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전기 모터만으로도 실제 주행이 가능한 구조를 갖춘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와 맞물려 합산 출력 145마력을 낸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노면 소음 차단이었다. 역삼동 도심 구간부터 고속도로 고속 주행까지 노면에서 올라오는 잡음이 잘 잡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안정적인 주행 환경을 유지했다. 패밀리카 관점에서 장거리 피로도를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다.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사진=신용현 기자
정숙성과 별개로 출력에 대한 의구심은 남았다.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웅~'하는 느낌은 엔진이 힘에 부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고속 합류와 추월 상황에서는 반박자 지연이 체감됐고 페달도 깊게 밟아야 반응이 온다. 1745kg 차체를 1.2L 3기통 엔진이 이끄는 탓으로 보였다.
신호 대기 중에는 1분가량 엔진이 정지했다가 재시동되기를 2~3회 반복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재시동 시의 충격이 단순한 진동이 아니라 탑승자가 체감할 수준으로 컸다. 조용한 주행 환경과 대비되는 부분이어서 더 두드러졌다.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사진=신용현 기자
주행 모드별 체감 차이는 뚜렷했다. 스포츠 모드는 확실히 치고 나가는 힘을 줬지만 변속 충격이 커 일상에서 상시 유지하기엔 피로감이 따른다. 약 170km 구간을 에코 모드와 노멀 모드를 번갈아 사용했는데 이 조합이면 출퇴근과 주말 나들이 용도로는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고속 주행이 잦거나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선택의 기준은 분명하다. 이 차는 '잘 달리는 SUV'라기보다는 '계산된 유지비와 정숙성을 제공하는 패밀리카'에 방점을 찍었다. 연간 주행거리가 많고 세금과 연료비까지 포함한 총비용을 따지는 소비자라면 선호하겠지만, 출력 성능이나 7인승 활용성을 기대한다면 만족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요약하면 푸조 5008은 '감성으로 접근하면 비싸고 이성으로 접근하면 납득이 되는 차'다. 국내 시장에서 이 미묘한 균형을 얼마나 설득해낼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변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