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억제 시 암 분열 속도 감소
지방산 합성 차단 치료법 가능성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국립암센터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세포의 성장 원리를 규명하며 새로운 치료 표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과 김정현 박사(사진=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는 암전이연구과 김정현 박사 연구팀이 백혈병 세포 내 지방산 합성을 촉진해 암세포 증식과 생존을 돕는 ‘SON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냈다고 13일 밝혔다. SON 단백질은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 때 RNA에서 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골라 이어 붙이도록 돕는 조절 단백질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소아에게 가장 흔한 혈액암으로, 치료 성과가 개선됐음에도 일부 환자에서는 재발과 치료 저항성이 나타나는 등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지방산 합성 증가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이를 조절하는 구체적인 분자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예후가 나쁜 환자일수록 SON 단백질이 과다 생성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SON 단백질은 RNA 스플라이싱 기능을 통해 지방 합성의 핵심 조절 단백질인 SREBP1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도록 돕는다. 이 과정이 활성화되면 지방산 합성 효소들이 작동하면서 세포막 구성에 필요한 물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결국 백혈병 세포의 성장과 분열이 촉진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SON 단백질을 억제할 경우 SREBP1 발현과 지방산 합성이 함께 감소하고, 백혈병 세포의 분열 속도 역시 뚜렷하게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했다. SREBP1는 세포가 지방산을 합성하도록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하는 핵심 조절 단백질로,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지방 생산을 크게 늘리는 기능을 한다.
반면 정상 혈액세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표적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보았다.
김정현 박사는 “암세포가 필요한 지방을 스스로 생산하는 대사 체계를 SON 단백질이 조절한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SON 단백질이나 지방산 합성 경로를 겨냥한 치료법이 난치성 백혈병 치료의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국립암센터 조주영·최상아·박성식 연구원이 공동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dvanced Research 2026년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