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동극장에 '연예인' 대표·이사장 취임
李 지지 전력에 "제 식구 챙기기" 비판 제기
아르코 신임 위원 후보도 '코드 인사' 반영돼
기관장 공석인 곳 여전히 다수…논란 계속될 듯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산하 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에만 예술의전당,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오페라단, 세종학당재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국립정동극장 등 6개 기관의 수장이 잇달아 확정됐다.
최휘영(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신임 대표. (사진=문체부)
다만 문화예술계의 오랜 기다림과 달리 일부 인사를 둘러싸고 ‘보은인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가 꼽힌다. 문체부는 지난 10일 임명 사실을 발표하며 서 대표를 “방송·공연 연출과 극장 운영 분야에서 활동해온 공연예술·콘텐츠 기획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서 대표가 공연계 인사라기보다 코미디언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서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이력이 거론되면서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코드인사이자 전형적인 제 식구 챙기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난은 짧고 예술은 길다”며 “결과와 성과로 증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체부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국립정동극장 비상임이사장으로 임명된 배우 장동직 역시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해당 인사는 별도 보도자료 없이 장 이사장의 SNS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전통연희, 연극, 뮤지컬 등을 제작하고 선보연 국립정동극장에 연예인 출신 인사가 대표와 이사장을 모두 맡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차기 원장 후보로 또 다른 지지자인 배우 이원종이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가 ‘적격자 없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달 9일 임명된 전우용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역시 대표적인 지지자로 분류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차기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체부는 지난 8일 새 위원 8명의 2배수 후보를 공개했는데, 이들 중에 대통령 공개 지지 이력이 있는 인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아르코 위원장은 위원 간 호선으로 선출되지만, 위원들의 이력이 위원장 선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시각이다.
한편 ‘보은인사’와는 결이 다르지만, 이 대통령과 과거 인연이 있는 인사들의 발탁도 눈에 띈다.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된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는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아트센터 ‘앱솔루트클래식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았던 인물이다. 여성 음악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사장으로 임명된 만큼 예술의전당 행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예술의전당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과 이사장으로 각각 임명된 연출가 임진택과 음악평론가 강헌 역시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문화재단에서 함께 일한 인물들이다.
향후에도 재공모에 들어간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해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국립발레단, 서울예술단,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주요 기관의 기관장 인선이 예정돼 있어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문체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미 임명된 기관장들이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일정 부분 코드가 맞는 인사를 기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각 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성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