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출 90% 라네즈, 미국서 신제품 선공개
틱톡·유튜브 타고 해외서 트렌드 이미지 형성
이후 국내 바이럴 확산…다시 해외로 ‘역진입’ 흐름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K뷰티 브랜드들이 신제품 출시 공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먼저 제품을 선보인 뒤 해외로 확장했다면, 최근에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반응을 확인한 뒤 국내에 들여오는 ‘역진입 전략’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틱톡, 유튜브 등 SNS를 중심으로 글로벌 트렌드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해외 시장이 사실상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네즈는 올해 2월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새로운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의 뷰티 브랜드 ‘라네즈’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신제품 ‘주스팝 박스 립 틴트(JuicePop Box Lip Tint)’ 캠페인을 전개했다. 국내에서는 2개월 후인 올 3월에 해당 캠페인을 공개하며 제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전략을 선보이는 이유는 라네즈가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글로벌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립 제품군이 급성장하며 K뷰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핏데이터에 따르면 라네즈는 2022년 이후 미주 시장에서 연평균 15% 성장했고, 2023년에는 매출 증가율 47%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는 SNS를 통한 확산이 주효했다. 립 슬리핑 마스크, 립 틴트 등 제품은 해외에서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며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씻어내지 않는 립 마스크라는 차별화 콘셉트와 향·제형·패키지 디자인 등 K뷰티 특유의 요소가 해외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라네즈 ‘립 슬리핑 마스크’는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약 2000만개가 판매되며 2초에 1개꼴로 팔리는 성과를 냈다.
이러한 소비자 반응에 라네즈의 브랜드 전략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미국이 맡고 있다. 미국에서 신제품을 먼저 선보인 뒤, 반응이 검증된 제품을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로 확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글레이즈 크레이즈 틴티드 립 세럼’은 현지에서 ‘도넛 립 세럼’으로 불리며 품절을 반복한 뒤, 같은 해 4월 한국에 출시됐다.
아울러 해외에서 인기를 끈 제품이 국내로 ‘역수입’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라네즈의 ‘립 글로이 밤’은 한국에서 단종됐던 제품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낸 뒤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며 2024년 국내에 다시 선보였다. 해외 반응이 국내 제품 포트폴리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라네즈뿐만이 아니다. 코스알엑스의 스네일 라인 역시 미국 울타와 아마존에서 반응을 확인한 뒤 국내 확장을 이어갔고, 애경산업(018250)의 ‘시그닉’도 미국향 브랜드이지만, 올해 국내에 론칭됐다. 구다이글로벌의 글로벌 브랜드 ‘조선미녀’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입소문을 탄 조선미녀는 방한 외국인 증가세에 맞춰 2023년 말 서울 삼청동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한국에 관광 와서 기념품을 사가고 싶은데 국내에서 조선미녀 제품을 살 수 없었다는 목소리를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바뀐 영향으로 풀이한다. K뷰티의 신제품 출시 전략은 ‘한국에서 시작해 해외로 나가는 구조’에서 ‘글로벌에서 검증 후 국내로 확산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곧 브랜드의 실험실이자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SNS를 통한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외에서 형성된 인기와 콘텐츠가 그대로 국내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 입장에서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국내에 들여올 경우 마케팅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고, ‘글로벌 히트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가격 방어에도 유리하다. 인디 브랜드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초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전략적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해외 선진출 후 반응이 있더라도 시장 다변화를 위해 국내 론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가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채널에서 바이럴된 제품이 국내로 역바이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이후 해외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하는 구조가 최근 K뷰티 브랜드들의 성공 전략 흐름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K뷰티의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본 투 글로벌(Born-Global)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자국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동시에 해외 시장의 후광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