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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후반, 아파트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전말[정보라의 이 책 환상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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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명성아파트/무경 지음/352쪽·1만7500원·래빗홀

정보라 소설가

작가가 즐기면서 쓴 이야기는 티가 나게 마련이다. 무경 작가의 ‘1939년 명성아파트’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주 고전적인 정통 추리물이다. 제목대로 시대적 배경은 1939년, 주인공은 열두 살 소녀 이입분이다. 입분이는 부모를 잃고 일본인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다 별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혀 쫓겨난다.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입분이를 구해주는 사람은 일본인 주인의 집에 손님으로 왔던 한국인 ‘마님’ 최연자 씨다. 입분이는 마님을 따라 명성아파트에서 살게 되는데, 이 명성아파트는 일본인 경찰과 교수 등 당시의 고위층이 거주하고 현대적인 전기 기구가 설치된 부유하고 안락한 환경이다. 여기서 입분이는 1층부터 4층까지 이웃들의 다양한 면면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난사건이 일어나고, 이어서 살인이 벌어진다.

이 소설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전반부에서 작가는 입분이의 눈을 통해 명성아파트 거주자들을 차근차근 관찰한다. 그러나 전반부에서 나타났던 여러 거주자들의 대표적인 특징들, 예를 들어 세상에 내보이는 직업이나 말버릇, 옷차림 등으로 입분이가 추측하는 그 사람의 성격은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뒤집히기 시작한다. 작품 안에서도 언급되듯이, 이 소설의 모든 사람은 희거나 검다고는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입분이와 입분이를 거두어준 ‘마님’도 마찬가지다. 입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어린 나이에 집도 가족도 없이 혼자 세상에 내몰렸다는 위기감이 언제나 입분이를 지배하며, 입분이는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영악하고 때로는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입분이에게 ‘마님’은 든든하면서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최연자라는 한국 이름과 가야마 렌코라는 일본 이름을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

읽으면서 느낀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도 작가가 결코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대 조선인들이 가졌던 독립에의 열망과 평등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위한 활동들은 적절한 부분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나는 작가의 이런 기법이 당대의 분위기를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실제 1939년이라면 그렇게 억압적이지 않았을까? 그러다 결말에서 중심인물의 조용한 한마디로 이런 시대적 분위기, 독립과 자유에의 열망을 작가가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나는 또 조금 감동했다.

‘1939년 명성아파트’는 정교한 작품이다. 작가가 1930년대 조선의 면면을 정말 잘 알고 썼다는 생각이 든다. 도입부에서부터 지나가는 말처럼 언급되었던 여러 사건들이 결말에서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다. ‘마님’의 정체만은 작가가 완전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데 오히려 그게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입분이와 마님은 아주 매력적인 콤비다. 두 사람의 모험을 작가가 계속해서 시리즈로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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