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책의 향기]최적화 공급망의 역설… 위기시 대체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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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당시 ‘화장지 대란’ 발생… 지나치게 최적화된 공급 시스템

생산자-소비자 거리 너무 멀어… 필수품 대체 공급 어려운 구조

현지 생산-빠른 전환이 해법… 회복 탄력성 갖춘 시스템 필요

◇우리의 삶은 제조된다/팀 민셜 지음·김태훈 옮김/396쪽·2만3000원·알에이치코리아

신간은 화장지부터 선박,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품을 생산하고 운송하기 위해 연중무휴 가동되는 글로벌 제조 시스템의 세계를 비춘다. 사진은 울산에서 LNG선과 특수선들이 건조되는 모습. 울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 아이스크림콘 포장지에 적힌 원재료명을 살펴본다. 바닐라향 착향료는 마다가스카르산이고, 과자 부분의 밀가루는 미국산과 호주산, 쇼트닝은 말레이시아산이니 명실상부 ‘월드’콘인 셈이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세계가 담기기까진 어떤 일이 있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조업연구소장이 물건이 만들어져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추적한 책이다.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포뮬러1 스포츠카,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제조 시스템의 내부를 생생한 사례로 풀어내며,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제조업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제조업은 물건을 만드는 일(제조)과 그것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일(물류)로 이뤄진다. 불과 3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물건을 만드는 이들(재단사, 대장장이, 목수 등)과 가까이 살았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그 결과 제조업은 ‘하수처리 시스템처럼’ 변했다.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지만,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좀처럼 인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실제로 많은 게 어긋났다. 팬데믹 당시 미국 등에선 마트의 위생용품 코너가 텅 비어 버리는 ‘화장지 대란’이 일어났다. 왜 마스크나 고무장갑, 인공호흡기 같은 필수품을 즉각적으로 생산하거나 늘릴 수 없었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제조업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영국인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화장지 한 롤에도 긴 여정이 담겨 있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침엽수림에서 수십 년 자란 나무를 베어 트럭에 싣고 제재소로 보낸다. 제재소에서 나무는 껍질이 벗겨지고 여러 형태로 절단되며, 일부는 펄프 공장으로 이동해 셀룰로스로 분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펄프는 다시 수백 km를 이동해 압연 공장에서 화장지로 가공되고 포장된 뒤 물류망을 따라 화장실로 들어온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지나치게’ 최적화돼 있다는 데 있다. 공급망은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여분의 재고도, 대체 공급처도 없는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충격에는 취약해졌다.

평소 화장지 수요는 안정적이기에 매장은 2, 3주 치 재고만 보유한다. 2020년 봉쇄 조치 직후엔 수요가 7배 가까이 급증하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화장지가 이 정도니, 1만5000∼3만 개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 600만 개 부품으로 이뤄진 항공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취약성뿐 아니라 가능성도 동시에 짚는다. 팬데믹 당시 영국 의류 기업인 데이비드 니퍼는 지역 병원과 협력해 재활용 가능한 수술 가운을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산 일회용 가운이 끊기자 여성복 생산 라인을 과감히 전환한 것이다. 효율만을 좇던 시스템이 멈춰 섰을 때, 현지에서의 생산과 빠른 전환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셈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제조업은 보이지 않는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그래서 효율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 가능성과 회복 탄력성을 함께 갖춘 제조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아이스크림콘 하나에 담긴 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 질문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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