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대주의 관점으로 전쟁 분석
서구의 시각으로 중동 세계 바라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실패
서로 다른 사회의 차이 이해하려면 문화-문명 등 인류학 감수성 필요
◇인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매슈 엥글키 지음·김재완 박영서 옮김/428쪽·2만6000원·오월의봄
현대 전쟁은 흔히 종교 갈등이나 안보 위협으로 발생한다고 여겨지지만 이 책은 전쟁 발발 이유를 문화상대주의 부족에서 찾는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인류학적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진은 이달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자유의 탑(Azadi Tower)’ 뒤로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여파로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테헤란=AP 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제거를 공식 선언하면서 내세웠던 목표가 있다. 바로 “이란의 신정체제 전복”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 당시에도 공격 명분은 “공산주의 확산 억제”였다. 전쟁은 이처럼 흔히 종교 갈등, 안보 위협 등이 주된 원인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인 저자는 “각 사회의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그 사회에 개입했을 때 그 시도는 쉽게 실패로 이어진다”며 “미국의 중동 전쟁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문화 △문명 △가치 등 인류학의 핵심 개념을 통해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데 새로운 방식을 제기하는 교양서다. 다소 학술적이긴 하지만,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익히 알고 있는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에 대해 살펴보자. 서구권에 있는 다수의 정치인들은 문명 세계가 힘을 합쳐 테러리스트들의 야만적 행위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시각으로 보면 중동 사람들은 ‘미개’하며, 그들에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2001년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이식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구원받아야 하는 존재”로 명명했다.
하지만 미국은 민주주의도, 구원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서구의 시각으로 중동 세계를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 국제 정치는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 같은 가치를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특정 문화 속에서 형성된 여러 가치 중 하나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중동 세계에서는 국가보다 종교가 더 현실적인 정치 단위일 수 있고, 개인보다 가족과 집단의 명예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볼리비아의 ‘에세에하 공동체’가 있다. 이들은 경쟁을 싫어한다. 그래서 축구를 아주 좋아함에도, 이기는 걸 서로 꺼린다. 그들은 평등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등주의는 사유재산의 중요성을 최소화해 온 소규모 무국가 사회에서 고도로 발달하곤 한다. 서구 사회를 지배하는 돈과 권위가 이들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은 가치인 셈이다.
저자는 단일한 기준으로 한 사회를 개혁해야 할 대상이라 재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들 또한 엄연히 근현대의 정치적 사건들을 겪어내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전쟁을 되돌아보면 기술적 우월함에 기반한 미국의 자신만만함이 얼마나 경솔한 처사였는지를 알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책은 갈등의 시대에 필요한 건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충돌하는지를 이해하려는 시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시선을 기르기 위해선 타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학문인 인류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